쇼트 연기 현장에서 본 김연아
그렇습니다. 김연아는 ‘강심장’입니다.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김연아를 ‘천하의 강심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19일(현지 시간) 소치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을 마치고 나온 김연아의 눈 아래는 가끔씩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웃는 얼굴로 감추려 해도 긴장과 피로가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김연아는 “오늘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경기 직전 워밍업(몸 풀기) 시간에 다리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연습 때 편하게 뛴 점프가 하나도 없었다.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실전에 들어갈 때까지 갖가지 생각과 걱정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극도의 긴장 속에서 김연아는 어떻게 최상의 연기를 할 수 있을까요. “연습 때는 늘 쇼트프로그램에서 클린(무결점 연기)을 했다. ‘연습에서 잘했는데 실전에서 못할 건 또 뭐냐, 몸에 맡기자’고 생각했다. 여기서 못하면 너무 억울할 것 같았다”는 말에 답이 있습니다. 연기를 했다기보다는 몸이 먼저 알아서 반응을 했다는 것입니다. 야구에서 타격이나 투구는 재능을 타고나야 합니다. 이에 비해 수비는 꾸준한 연습으로 어느 정도는 수준급 경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무한한 반복 연습이 이뤄져야 하지요. 언제 어떤 상황이건 김연아가 최상의 연기를 할 수 있는 것은 무한한 노력에 대한 보답인 것입니다.
이날 김연아는 두 번 미소를 지었습니다. 프로그램 후반 마지막 점프인 더블 악셀을 뛰고 난 뒤 미소를 한 번 지었고, 프로그램을 끝낸 뒤 안도 섞인 미소를 또 한 번 지었습니다. 자신의 걱정과는 달리 저절로 움직여 준 몸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 몸을 만든 건 김연아 자신이었습니다.
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