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여왕’ 김연아(24)와 같은 땅에 태어난 건 행운이었고, 김연아와 같은 시대를 살았다는 건 은총이었다. 서양학자들은 “민족은 ‘상상의 공동체’로 실재하지 않는 것”이라고 깎아내린다. 하지만 단군 이래 이렇게 압도적인 우리 민족 사람은 없었다. 우리 모두 김연아와 같은 말을 쓴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아름답다’를 “보이는 대상이나 음향, 목소리 따위가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눈과 귀에 즐거움과 만족을 줄 만하다”고 풀이한다. 아니, 이렇게 긴 문장은 필요 없다. 그저 ‘김연아’라고 세 글자만 써도 누구나 아름답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챌 수 있잖은가. 김연아가 아름다움의 정의를 새로 쓴 17년을 되짚어 봤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