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 행사장 붕괴 참사]故 김정훈씨 부친 병연씨의 눈물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로 숨진 부산외국어대 새내기 김정훈 씨의 빈소가 경기 고양시 인제대 일산백병원에 마련됐다. 20일 김 씨의 아버지 김병연 씨가 성경을 들고 아들을 위해 기도를 하고 있다. 고양=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아들 정훈 씨는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갑상샘기능저하 증세를 보였다. 의사는 “호르몬이 잘 생성되지 않아 늘 피곤하고 추위를 타는 병이다. 영양분이 몸에 잘 흡수되지 않아 키가 안 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버지는 고개를 떨궜다. 자신과 같은 병이었다. 의사는 “유전”이라고 덧붙였다.
병 탓인지 정훈 씨는 김 씨처럼 키가 작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키가 158cm. 중고등학생 시절 반 학생들이 키를 재면 가장 작은 1번은 늘 정훈 씨 차지였다. 작은 키는 때론 상처가 됐다. 친구들 눈을 의식해 등·하굣길을 인적이 드문 곳으로 빙 돌아다닐 정도였다.
아버지 김 씨는 이따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 내 잘못이야. 아빠 조상 탓. 내가 몹쓸 병을 물려줘서….” 그럴 때면 정훈 씨는 쾌활하게 맞받아쳤다. “에이, 그게 왜 아버지 탓이에요. 그런데 키 높이 구두를 신으려 하는데, 신고 있으면 큰데 벗으면 푹 작아져요. 어떡하지?” 정훈 씨가 자기 말에 깔깔깔 웃는 동안 김 씨는 눈물을 훔쳤다.
17일 신입생 환영회에 참석한 정훈 씨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로 현장에서 숨졌다.
가족들은 정훈 씨의 시신을 19일 울산에서 경기 파주 집과 가까운 고양시 인제대 일산백병원 장례식장으로 옮겼다. 정훈 씨의 누나 희영 씨(26)는 동생의 영정 앞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며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친구를 잃었네, 나는 친구를 잃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