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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회 팽개치고 의장은 남극에, 의원들은 소치로

입력 | 2014-02-21 03:00:00


국회는 어제 오후 본회의를 열어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선행학습금지법안과 조희대 대법관 임명동의안 등을 처리했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각종 민생법안 처리가 지체된 상황에서 열린 본회의였다. 하지만 의원석은 듬성듬성 비어 있었다.

이날 아침 한중(韓中)의원외교협의회와 한중의회정기교류체제 소속 여야 의원 27명이 중국으로 출국했다. 본회의 일정이 잡혀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중국 방문을 놓고 그제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는 최경환 원내대표와 방중단장인 정몽준 의원이 “방중단 규모를 줄이면 어떻겠느냐” “왜 목소리를 높이느냐”며 설전을 벌이는 모습까지 노출됐다.

이후 여론을 고려해 전체 방중단 38명이 두세 차례로 나눠 출국한다지만 사전에 방중 일정과 국회 일정을 꼼꼼히 조율하든가, 방중 규모라도 대폭 줄였어야 했다. 최 원내대표와 정 의원의 신경전에는 서울시장 후보 경선을 둘러싼 친박(친박근혜) 비박(비박근혜) 간의 계파 갈등이 뒤섞였을 뿐, 진정으로 본회의를 걱정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7명은 이날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러시아 소치에 있었다. 올림픽 관광과 김연아 선수를 응원하는 일은 반드시 의원들이 아니더라도 할 사람이 많다. 의원들이 굳이 19일을 택해 소치까지 날아간 것을 보면, 앞서 열린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 격려에는 뜻이 없고 김연아가 금메달을 따면 같이 사진 찍는 데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공연히 선수들한테 방해나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소리도 많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8일부터 13박 15일 일정으로 여야 의원 8명과 함께 남극과 뉴질랜드, 호주로 ‘출장’을 갔다. 남극 과학기지인 장보고기지 준공식 참석 등의 명분이지만 의장부터 정기국회 일정을 장기간 비우는 것을 국민이 어떻게 보겠는가. 의원외교에 들어가는 돈은 전부 국민 세금에서 나온다.

국회의원들이 정부 간 외교의 공백을 메우고 지원하는 의원외교는 필요하다. 문제는 때와 장소, 역할의 적정성 여부다. 최근 일본 한국 등을 잇달아 방문한 미국 하원 에드 로이스 외교위원장의 일정은 일본의 우경화와 냉랭한 한일관계, 북한에 대한 대처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 등 현안을 당국자들과 논의하는 진짜 의원외교 활동으로 꽉 차 있었다. 떼지은 유람이나 세(勢) 과시형 ‘의원외유’는 삼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