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하지만 본보는 2010년 밴쿠버 대회부터 ‘동계’올림픽 대신 ‘겨울’올림픽을 쓴다. 회사의 방침이다. 기자가 습관적으로 동계올림픽이라고 출고하면 어김없이 겨울올림픽으로 고쳐져 신문에 나온다. 처음에는 어색했다. ‘남들이 다 쓰는데 왜 우리만 유난을 떨까’ 불평을 했다. 포털 사이트에서 기사를 검색할 때 대부분 동계올림픽을 검색어로 쓰기 때문에 다른 매체에 비해 불리하다는 주장도 해봤다.
그런 생각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겨울올림픽이라고 계속 쓰다 보니 달라졌다. ‘겨울’이라는 누구나 알고, 아름답고, 쉬운 단어가 있는데 왜 평소 사용하지도 않는 ‘동계’라는 어휘를 대한체육회는 여전히 고집하고 있는 걸까 하는 의구심마저 생겼다. 초등학생 몇 명에게 동계가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물어봤다. “동계올림픽의 동계요”라고는 대답했지만 동계(冬季)가 ‘겨울철’의 한자어라고 아는 아이는 없었다. 겨울이 뭐냐고 묻지는 않았다. 설마 모르는 이가 있을까.
‘동계올림픽’도 이상하다. 단지 오래 사용해 익숙해졌을 뿐이다. 1948년 생모리츠(스위스) 대회에 한국이 처음 출전할 때부터 60년 넘게 우리 언론이 써 온 말이니 귀에 익고 입에 붙을 수밖에 없다. 익숙한 것과 결별하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겨울올림픽’이 처음에는 어색해도 쓰다 보면 곧 익숙해질 것이다.
말 꺼낸 김에 하나 더. ‘도마의 신’ 체조의 양학선도 ‘뜀틀의 신’으로 부르면 안 되는 걸까. 영어로는 ‘Vault(뛰어넘기)’인데 일본에서는 말처럼 생긴 틀을 뛰어넘는다고 해서 ‘도마(跳馬)’라고 한다. 한자가 따라붙지 않는다면 이 뜻을 알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양학선을 모르는 이가 ‘도마의 신’이라는 수식어만 본다면 요리 잘하는 사람쯤으로 여기지 않을까.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