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의 라이벌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너는 나의 존재 이유였어!” 김연아(오른쪽)와 아사다 마오(일본)는 10년 지기 라이벌이다. 주니어 땐 아사다가 앞섰지만 성인이 된 뒤로는 줄곧 김연아가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둘은 “서로의 존재가 있었기에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때 서로 악수하는 모습. 동아일보DB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최악의 연기로 16위에 그쳤던 아사다 마오(24·일본)는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주무기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키는 등 올 시즌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 142.71점을 받은 아사다는 연기를 마친 뒤 감격에 겨워 빙판에서 눈물을 쏟았다.
같은 시간 대기실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김연아(24)는 그 광경을 TV로 지켜봤다. 21일 소치 시내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연아는 “아사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사다가 눈물을 흘릴 때 나도 울컥했다”고 말했다.
주니어 시절만 해도 아사다가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2008∼2009시즌부터 김연아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었다. 그 시즌 첫 맞대결이었던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아사다에 밀려 2위를 한 김연아는 4대륙선수권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잇달아 우승을 차지하며 ‘피겨 여왕’의 자리에 올랐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은 그 정점이었다. 아사다는 무려 3차례나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켰지만 우승은 세계기록(228.56점)을 작성한 김연아의 차지였다.
둘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라이벌이었다. 아사다는 “김연아가 없었다면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선의의 경쟁이 나에게 자극이 됐다”고 했다. 김연아도 “아사다가 없었으면 나도 이 정도로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소치 올림픽은 10년간의 라이벌전을 마무리 짓는 무대였다. 김연아는 은메달을 차지했고, 쇼트프로그램에서 부진했던 아사다는 6위(198.22점)에 올랐다.
김연아는 20일 기자회견에서 “아사다와는 정말 오랜 시간 동안 비교당하면서 경쟁을 했다. 피겨 역사상 우리 둘만큼 그렇게 꾸준히 경쟁했던 경우는 없을 것 같다. 아사다가 그동안 여러모로 고생이 많았던 것 같다”고 했다.
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