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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숙적 10년, 찡한 이별

입력 | 2014-02-22 03:00:00

평생의 라이벌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




“너는 나의 존재 이유였어!” 김연아(오른쪽)와 아사다 마오(일본)는 10년 지기 라이벌이다. 주니어 땐 아사다가 앞섰지만 성인이 된 뒤로는 줄곧 김연아가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둘은 “서로의 존재가 있었기에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때 서로 악수하는 모습. 동아일보DB

소치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이 열린 20일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최악의 연기로 16위에 그쳤던 아사다 마오(24·일본)는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주무기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키는 등 올 시즌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 142.71점을 받은 아사다는 연기를 마친 뒤 감격에 겨워 빙판에서 눈물을 쏟았다.

같은 시간 대기실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김연아(24)는 그 광경을 TV로 지켜봤다. 21일 소치 시내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연아는 “아사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사다가 눈물을 흘릴 때 나도 울컥했다”고 말했다.

김연아와 아사다는 평생의 라이벌이다. 같은 해에 태어난 둘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10년간 치열한 경쟁을 펼쳐 왔다. 언젠가 김연아가 “참 징한 인연이다. 아사다도 아마 비슷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주니어 시절만 해도 아사다가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2008∼2009시즌부터 김연아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었다. 그 시즌 첫 맞대결이었던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아사다에 밀려 2위를 한 김연아는 4대륙선수권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잇달아 우승을 차지하며 ‘피겨 여왕’의 자리에 올랐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은 그 정점이었다. 아사다는 무려 3차례나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켰지만 우승은 세계기록(228.56점)을 작성한 김연아의 차지였다.

둘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라이벌이었다. 아사다는 “김연아가 없었다면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선의의 경쟁이 나에게 자극이 됐다”고 했다. 김연아도 “아사다가 없었으면 나도 이 정도로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소치 올림픽은 10년간의 라이벌전을 마무리 짓는 무대였다. 김연아는 은메달을 차지했고, 쇼트프로그램에서 부진했던 아사다는 6위(198.22점)에 올랐다.

김연아는 20일 기자회견에서 “아사다와는 정말 오랜 시간 동안 비교당하면서 경쟁을 했다. 피겨 역사상 우리 둘만큼 그렇게 꾸준히 경쟁했던 경우는 없을 것 같다. 아사다가 그동안 여러모로 고생이 많았던 것 같다”고 했다.

전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지나던 아사다에게도 김연아와의 오랜 대결이 끝나는 감회를 물었더니 똑같은 대답이 나왔다. “서로의 존재가 있었기에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 이번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떠나는 김연아 선수에게 그동안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하는 김연아와 달리 아사다는 세계선수권까지 출전한 뒤 향후 진로를 결정할 예정이다.

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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