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아송(風雅頌)/옌롄커 지음·김태성 옮김/616쪽·2만1000원·문학동네
중국 정신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시경을 파고드는 양커를 둘러싼 지식인 사회는 부조리 그 자체다. 겉은 점잖고 번드르르하지만 한 겹만 들추면 사방에 피어난 곰팡이가 발견된다.
경제성장률의 상승 곡선 아래서 순수학문의 가치는 내팽개쳐진다. 연 8% 성장하는 동안 시경 관련 논문을 쉼 없이 발표했고 원고료가 속속 들어왔다. 10% 성장했을 때 논문이 발표돼도 원고료는 없어졌고, 12% 성장하던 해에는 원고료는커녕 논문 발표와 출판을 위한 비용이 청구됐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히는 옌롄커(閻連科·56)의 2008년 작품이다. 풍아송은 시경의 분류 체계로, ‘풍(風)’은 남녀 애정을 다룬 민요와 민가, ‘아(雅)’는 조정의 의식에서 불린 시가, ‘송(頌)’은 선조의 덕을 기리는 종묘 제의용 악시다. 소설은 이 세 개의 장이 돌림노래처럼 돌아가며 반복된다.
소설이 출간됐을 때 “베이징대를 겨냥했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당시엔 나 자신에 대한 비판이라고 했던 작가는 “‘풍아송’은 대학에 대해, 교수들에 대해, 오늘날 중국 지식인들의 나약함과 무력함, 비열함과 불쌍함에 대해 쓴 작품”이라고 한국어판 서문에서 밝혔다. 중국을 한국으로 바꿔 읽어도 낯설지가 않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