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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금메달, 더 간절한 사람에게 갔나봐”… 여왕은 쿨했다

입력 | 2014-02-22 03:00:00

[연아를 보내며]
‘애써 웃으며 떠난 김연아’ 인터뷰




“힘내요, 대한민국 선수단”… 응원 메시지 남기는 연아 ‘피겨 전설’ 김연아가 21일 겨울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러시아 소치의 코리아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사인보드에 사인과 함께 기념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대한체육회 제공

4년 전 밴쿠버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을 완벽하게 마친 뒤 김연아(24)는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평생의 꿈이었던 올림픽 금메달에 다가섰다는 기쁨의 눈물이었다.

소치 겨울올림픽 프리스케이팅이 열린 20일(현지 시간). ‘아디오스 노니노’의 탱고 선율에 맞춰 김연아는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를 펼쳤다. 또 한 번의 클린(무결점) 연기였다. 이번에는 눈물 대신 미소를 지었다.

모든 사람이 완벽한 연기를 펼친 ‘여왕’의 금메달을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전광판에 뜬 점수는 144.19점이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과 합쳐 219.11점. 은메달이었다. 그런데도 김연아는 웃었다. 믹스트 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도, 플라워 세리머니에서도 웃음을 지었다. 가슴 시린 웃음이었다.

하지만 선수 라커룸으로 돌아가던 중 김연아는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김연아가 남몰래 우는 모습은 미국의 올림픽 주관 방송사인 NBC 카메라에 잡혔다. 아쉬움과 후련함, 자랑스러움이 뒤섞인 눈물이었다.

경기 이튿날인 21일 소치 시내 코리아하우스 기자회견에 나타난 김연아는 다시 웃는 얼굴이었다. 초연한 모습이 오히려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김연아는 “일단 모든 게 끝이 나서 너무 홀가분하다.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둘 다 큰 실수 없이 마쳤다. 그동안 고생한 만큼 팬 여러분께 다 보여드린 것 같아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언론, 그리고 피겨 전설들이 판정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작 김연아 자신은 담담했다.

그는 “점수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피겨는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오든 받아들여야 한다. 금메달을 따러 온 게 아니다. 출전 자체에 의의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또 “엄마와도 카톡으로 ‘너무 열 받지 말자고, 다 끝났으니까 자유를 즐기자’ 그런 얘기를 했다. ‘하늘이 저보다 더 간절한 사람한테 금메달 줬다고 생각하자’고 얘기했다”고도 했다.

김연아는 “(나에게) 100점 만점에 120점을 주고 싶다”고 했다. 그간의 힘든 과정을 잘 이겨낸 스스로에 대한 칭찬이었다.

김연아는 또 “밴쿠버 대회 때는 금메달을 준다면 목숨을 내놓을 수 있을 정도로 간절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는 그런 목표의식이 없었다. 동기 부여가 없었다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제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김연아는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김연아는 “앞으로의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않았다. 일단 모든 게 잘 끝났기 때문에 휴식을 취해야 할 것 같다. 놀고 있기만 할 것 같진 않다. 한국에서 이런저런 바쁜 일이 생길 것 같다. 여유를 갖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 보겠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대해서도 앞으로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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