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파벌이란 게 있긴 했지만 러시아 귀화를 결정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다. 러시아에 온 것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쇼트트랙을 하고 싶어서였다. 이 문제로 더 이상 한국에서 시끄러워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소치 겨울올림픽 대회 중반인 13일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에 대해 "안 선수의 귀화가 체육계 저변에 깔려 있는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이 사건을 재조사하기로 한 가운데 당사자인 안현수가 스스로 답을 내놨다. 22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500m와 5000m 계주를 석권한 직후였다. 안현수는 15일 1000m에서 딴 금메달을 합쳐 이번 대회 3관왕에 올랐다. 그 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안현수는 그 간의 논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심경을 밝혔다.
한국 쇼트트랙 내의 파벌 싸움이 그를 귀화로 내몰았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버지(안기원 씨)가 내가 실제로 하지 않은 얘기까지 너무 많이 말씀하셨다. 그 때문에 나와는 의견충돌까지 있었다. 아버지가 나를 아끼는 마음에 그러셨겠지만 그런 말 때문에 내가 피해를 보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안현수는 "2008년 무릎 부상을 당했고 그 후 1년 간 4번이나 수술을 받았다. 이 때문에 밴쿠버 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2009년 대표선발전에 한 달 밖에 운동을 못하고 나갔다. 하지만 내게만 특혜를 줘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러시아에 온 것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쇼트트랙을 하고 싶어서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올림픽 들어 한국 선수들과 부딪치는 기사들이 많이 나가는 상황이 굉장히 아쉬웠다. 내 성적과 한국 선수들의 성적이 맞물리는 게 내게도 많이 힘들었다. 후배 선수들이 무슨 죄가 있나. 다들 열심히 한 선수들이다. 후배들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라고 했다.
러시아 귀화 과정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털어놨다. 그는 "2008년에 좋은 대우를 받고 성남시청에 입단했다. 그런데 입단 한 달 후 바로 부상을 당하게 되는 바람에 저를 영입한 성남시청에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성남시청은 저와의 계약이 끝나는 해에 해체됐다. 한국 내 다른 팀에 가고 싶었지만 자리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올림픽을 다시 한 번 뛰고 싶었다. 나를 위한 선택이었다. 모든 걸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처음 러시아에 올 때는 귀화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온 것은 아니었다. 귀화를 결정하게 된 것에는 저를 믿어준 것에 대한 게 가장 컸던 것 같다. 처음 와서 1, 2년 간은 정말 힘들었다. 부상에서 회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적응 문제도 있었다. 그래도 러시아가 나를 믿어주고 인정해줬기에 러시아 귀화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회 내내 연인으로 화제를 모았던 우나리 씨(30)에 대해서는 "저희는 결혼식만 올리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상 부부관계다. 한국에서 혼인 신고도 했다. 그래서 더욱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내가 한 결정 때문에 그 사람이 힘들지 않기를 바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