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준비한 걸 다 보여드려서 만족” 쿨하게 결과 수용
마침내 기대와 경쟁서 벗어나…홀가분함에 눈물
김연아(24·올댓스포츠)가 대한민국을 위로했다. “처음부터 나에게 금메달은 중요하지 않았다. 더 간절한 사람에게 줬다고 생각한다”고 다독였다. “나보다 다른 분들이 더 화내시는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이 모든 게 ‘김연아’다워서, 대한민국은 한 번 더 뭉클했다.
김연아는 한국피겨스케이팅의 신화였다. 척박한 땅 위에 어렵게 뿌리를 내리고, 힘겹게 줄기를 뻗어 아름답게 꽃을 피웠다. 처음에는 관심이 부족했다.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연달아 우승한 뒤에도 자비를 털고 빚을 내 국제대회에 참가해야 했고, 발에 맞는 스케이트화를 찾기 어려워 은퇴를 결심했던 나날도 있었다. ‘어린 김연아’는 그저 ‘비인기 종목의 무명 선수’였다.
김연아는 이 모든 순간을 겪고, 이겨냈다. 관심과 기대가 부족할 때도, 넘칠 때도, 그저 한결 같았다. 묵묵히 자신과 싸웠고, 늘 넘어섰다. 마지막 무대였던 2014소치동계올림픽에서도 그랬다. 러시아의 홈 텃세에 한국민들은 물론 해외 언론과 피겨 전문가들이 분노하자, 당사자는 말했다. “저는 준비했던 것을 다 보여드려서 만족합니다.” 처음부터 그녀에게 타인과의 ‘경쟁’은 무의미했던 것이다.
사실 김연아도 울었다. 홀로 남몰래 울었다. 억울해서가 아니라, 홀가분해서 울었다. 끝까지 자신을 이기고 왕좌에서 내려왔기에 행복해서 울었다. 한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피겨선수는 마지막까지 그렇게 아름답게 울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