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맞수로 떠오른 공화당의 ‘라이언 킹’
미국의 차기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군의 선두주자로 급부상한 폴 라이언 하원의원. 동아일보DB
롬니의 러닝메이트였던 폴 라이언 하원의원(44·위스콘신)도 대선 패배 후 1년 동안 비교적 조용히 지내더니 요즘 활발한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라이언 의원은 미국 도시들을 돌며 빈곤 퇴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올해는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이 ‘빈곤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 오바마 대통령은 신년 국정연설에서 빈곤 타파와 빈부 격차 해소를 올해 최우선 정책으로 내걸었다. 라이언 의원은 정부 지원을 늘려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는 민주당식 해법을 비판하며 세제 개편, 고용훈련 강화 등 좀 더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화당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라이언 의원의 빈곤 퇴치 캠페인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다. 공화당은 민주당의 단골 슬로건인 빈곤 퇴치를 ‘뺏어와’ 공화당 어젠다로 만든 라이언 의원에게 “역시 라이언”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빗대 ‘라이언 의원의 공화당 구하기’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라이언 의원의 화려한 부상은 지난해 12월 예산안 합의 도출 때부터 예견됐다. 라이언 의원은 당시 셧다운(연방정부 잠정폐쇄)을 유발했다는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던 공화당 의원들을 설득해 민주당과 갈등 없이 예산안에 합의하게 한 주역이다. 44세의 젊은 의원이지만 상당한 정치적 세력을 확보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라이언 의원은 최근 수년 동안 민주당과 공화당이 첨예하게 맞붙고 있는 예산 문제에서 하원 예산위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그의 발언은 언제나 주목을 받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라이언 의원은 1900년 이후 가장 보수적 성향이 강한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라이언 의원은 공화당 내 강경 보수세력인 ‘티파티’ 계열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대다수의 다른 티파티 의원들과 달리 목표를 위해 타협을 마다하지 않는 정책적 유연성을 가지고 있으며 유권자들의 표심을 읽는 정치적 순발력이 뛰어나 높은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공화당에서 차기 대권 출마가 유력한 ‘잠룡’들이 20명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라이언 의원은 현재 클린턴 전 장관과 겨룰 가장 확실한 대항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선두권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것이 미국 전문가들의 평가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