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男팀추월… 오호∼ 女컬링… 막판까지 감동 레이스 쇼트트랙 대표팀 탈락 좌절 딛고 종목전향 3년간 의기투합 연습 “3명이 같이 메달 따 기쁨 3배”
“죄송합니다.”
어깨에 짊어진 부담감이라는 무게가 이렇게 무거울지 몰랐다. 이승훈(26·대한항공)은 8일 소치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 출전을 위해 선수촌을 나서면서부터 긴장으로 얼굴이 굳었다. 동료들이 “얼굴 좀 펴”라고 했지만 한 번 굳어진 얼굴은 좀처럼 펴지지 않았다.
강력한 메달 후보로 평가 받았지만 이승훈은 평소의 실력도 보이지 못한 채 12위를 기록했다. 대표팀의 맏형 이규혁(36·서울시청)은 “승훈이가 부담감을 크게 느끼는 것이 눈에 보였다. 어려운 경기가 되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승훈은 열흘 뒤 나선 남자 1만 m에서는 아쉽게 4위에 그쳤다.
이승훈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바로 주형준(23), 김철민(22·이상 한국체대)과 함께 나서는 팀 추월을 남겨두고 있었다. 이승훈은 올림픽 전부터 팀 추월에 대해 애정과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승훈은 지난달 러시아로 떠나기 전 “출전하는 모든 종목에서 메달을 따고 싶다. 하지만 만약 가장 메달을 따고 싶은 종목을 말해야 한다면 팀 추월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고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메달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승훈은 자신의 바람대로 22일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팀 추월 결선에서 네덜란드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승훈은 “후배들과 같이 메달을 목에 걸게 돼서 그런지 세 배로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1만 m 뒤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은 이유도 밝혔다. 이승훈은 “개인 종목을 망친 뒤 많이 힘들었지만 표현을 할 수 없었다. 후배들과 함께 팀 추월 경기를 해야 하니 흔들린 모습을 보이면 분위기가 다 같이 안 좋아질 수 있어서 마음을 다잡았다”고 밝혔다.
주형준과 김철민은 은메달 획득의 공을 모두 이승훈에게 돌렸다. 주형준은 “승훈이 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메달이다. 승훈이 형은 나와 철민이의 롤 모델이다”고 말했다. 밴쿠버 올림픽 전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이승훈과 같이 주형준과 김철민도 쇼트트랙 출신이다. 주형준은 2010년 9월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코칭스태프의 권유에 따라 스피드스케이팅에 도전했다. 김철민도 2009년 쇼트트랙 훈련 중 오른쪽 허벅지 뼈가 부러지는 심한 부상을 입은 게 종목을 전향하는 계기가 됐다.
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