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다 리몽(1976∼ )
나는 암말들을 가장 좋아한다.
그녀들은 뭐든 쉽게 해보인다.
한 시간에 40마일 뛰어내기를
낮잠 자듯 풀 뜯듯 즐겁게 여긴달까.
나는 우승하고 난 뒤, 암말의 우쭐거림을 좋아한다.
귀를 쫑긋 세워요, 아가씨들, 귀를 쫑긋!
하지만 실은, 좀 더 솔직해지자면, 나는
그들이 숙녀이기에 좋다. 이 거대하고
위험한 동물이 마치 나의 일부인 듯한,
마치 내 몸의 연약한 피부 밑 어딘가에서
대단히 힘차고 육중한 피가 흐르는
8파운드짜리 암말의 심장이 뛰는 듯한.
믿고 싶지 않으신지?
내 옷깃을 끌어당겨 확인하고 싶진 않으신지?
이 거대하고 위대한 기계가 팔딱거리며 생각하기를,
아니 이미 알고 있기를,
가장 먼저 결승선에 닿으리라.
말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 많은, 우리나라 대부분 고장에서는 가장 좋아하는 동물로 말을 떠올리기 쉽지 않을 테다. 화자는 말을 가까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고장에 사나 보다. 푸른 방목장 여기저기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 낮잠 자는 말도 봤나 보다. 그리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우르르 질주하는 즐거운 말들! 몸집은 다 자란 어른처럼 큼지막한데 마음은 어린, 젊고 건강한 말들이 제 혈기를 주체 못하겠다는 듯 힘차게 달린다. 얼마나 장쾌한 광경일까! 말들의 가장 행복한 시기이다. 인생의 성공이니 도덕이니 아무것도 판단하지 않고 제 몸이 시키는 대로 팔딱팔딱 뛸 뿐인, 경쟁도 승패 가름하지 않는 즐거운 놀이인 소년소녀 시절이여. 화자는 콕 찍어서 ‘암말들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가 ‘실은 그들이 숙녀이기에 좋다’고 고백한다. 같은 여성이어서 암말을 더 잘 이해하고 친근하게 느끼는 것이다. 화자가 남성이었다면 수말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을 테다. 제목도 ‘소년처럼 승리하는 법’이라고 지었을 테다. 혈기 방장한 암말을 통한 ‘이 거대하고 위험한 동물이 마치 나의 일부인 듯한/마치 내 몸의 연약한 피부 밑으로 힘차고 육중한 피가 흐르는 듯한’ 마법 같은 전이에 화자는 ‘가장 먼저 결승선에 닿을’ 듯 거침없는 기세가 차오른다.
황인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