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체험 클리닉]<2>CT-MRI 비교체험
본보 최지연 기자가 컴퓨터단층촬영(CT·위쪽 사진)과 자기공명영상(MRI·가운데 사진) 검사를 직접 체험했다. 정승은 서울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아래쪽 사진 왼쪽)가 촬영을 끝낸 기자에게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아래쪽 사진을 보면 MRI 촬영 결과(왼쪽 화면)가 CT 결과보다 뇌의 구조가 선명하게 나타난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CT… 방사선 활용 2분 만에 끝나
이날 오전 11시 서울성모병원 영상의학과 진료실. 검사에 앞서 정승은 영상의학과 교수와 20여 분간 상담 시간을 가졌다. 기자의 증상을 들은 정 교수는 “일반적인 스트레스성 두통인 것 같으나 일단 CT 촬영으로 뇌에 종양 등이 있는지 확인해보자”고 말했다.
CT 촬영실에 들어서자 가운데가 뻥 뚫린 커다란 원형 촬영 기계가 눈에 들어왔다. 검사대에 눕기 전 기자가 급히 시계와 팔찌를 풀려고 하자 CT 담당 의사는 “머리 쪽만 X선 발생장치가 있는 촬영 기계로 들어가니 상관없다”고 일렀다. 기자는 외투만 벗고 다른 옷은 그대로 입은 채 검사대에 누웠다. 만약에 흉부나 복부 쪽에 CT를 찍었다면 시계나 팔찌, 벨트 등 X선에 노출되는 부위의 금속제품은 착용하지 말아야 한다.
의사는 “CT는 X선을 인체에 여러 각도로 투과시켜 이를 컴퓨터로 영상화하는 촬영기법”이라며 “검사 시간 2분 중 X선이 머리에 노출된 시간은 단 10초뿐이었다”고 말했다. CT 촬영시 방사능 피폭량은 복부의 경우 약 8밀리시버트(mSv), 흉부는 5∼6mSv, 두부는 1∼2mSv다. 의사는 유전자 변이 등 몸에 나쁜 영향을 주는 방사선 피폭량이 100mSv 이상인 걸 감안하면 이는 위험한 수준은 아니라고 기자를 안심시켰다.
○ MRI… 자기장 활용 오래 걸리고 복잡
CT 촬영을 끝낸 뒤 곧장 MRI 촬영실로 이동했다. MRI 촬영은 강력한 자기장이 형성된 촬영기계 속에 사람이 들어간 뒤 촬영 부위에 고주파를 전사하는 방식이다. 몸 안의 수소 이온들이 고주파와 자성(磁性)에 반응할 때 컴퓨터가 이를 영상화한다.
이 때문에 자성에 반응하는 모든 금속 제품은 촬영에 방해가 될 수 있다. CT 촬영 때와는 달리 촬영 전 옷을 모두 탈의하고 가운으로 갈아입어야 했다. MRI 담당 촬영 의사는 기자에게 보청기나 틀니 등 몸에 착용한 금속 제품이 없는지 두 번 세 번 점검했다.
검사대에 눕자 의사는 기자의 양쪽 귀에 귀마개를 꽂고 두툼한 헤드폰까지 덧씌웠다. 기계소음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머리 위로는 하얀색 코일을 덮었다. 촬영 부위 쪽으로 고주파 신호를 좀 더 세밀하게 받아들이기 위해서였다. 검사 전에 불편한 사항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둥둥둥둥둥…’ 촬영이 시작되자 먼 북소리 같은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곧 이어 ‘쿵덕쿵덕’ 하는 각종 소음들이 연달아 반복됐다. 헤드폰에서 들려오는 클래식 선율이 묻힐 정도의 엄청난 소음이었다. 기자는 갑갑하고 긴장됐지만 그 와중에도 긴 촬영으로 인해 잠시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30분이 흘렀고 촬영은 끝나 있었다.
○ CT는 골절, MRI는 종양 근골격계질환에 효과적
CT와 MRI 두 영상을 판독한 결과 다행히 기자의 뇌는 정상이었다. 머리 뒤편 소뇌 주변에 3∼4cm 정도의 물혹이 발견됐지만 크게 걱정할 건 아니었다. 정 교수는 “뇌의 물혹은 흔한 증상”이라며 “있어도 전혀 문제될 것 없다”고 말했다.
MRI는 CT보다 검사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또 CT는 보험혜택이 있지만 MRI는 대개 비보험이다. 하지만 CT에서 볼 수 없었던 뇌의 해부학적 구조를 자세히 확인할 수 있었다. 소뇌 주름 하나하나, 뇌혈관 및 혈류 등 미세한 부분들까지 보였다. 뇌혈관은 CT로도 확인이 가능하지만 조영제를 혈관에 주입해서 촬영해야 볼 수 있다. 조영제 알레르기도 생길 수 있어 조심스럽다. 대뇌의 속 구조인 백질과 회백질은 두 영상 모두에서 보였지만 MRI 영상에서 더욱 뚜렷했다.
최지연 기자 lim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