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생도 연이어 수석졸업하자 성적 평가에 군사훈련 체육 가중치 높여
육군사관학교가 올해부터 재학생 성적 평가기준을 바꿔 의혹과 비판의 눈총을 받고 있다.
‘최근 여생도의 수석 졸업이 잇따르자 여풍(女風)을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다. 최근 공군사관학교가 학업성적 1등 여생도에게 대통령상을 주지 않으려 했다가 여론의 비난을 받고 수상자 재심의 파동을 겪은 직후여서 군 내 성차별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육사는 올해부터 생도의 성적 평가 시 군사학 및 군사훈련, 체육과목의 가중치를 높이고 일반 학과목의 가중치는 낮추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이에 따라 성적반영 비중이 일반 학과목은 74%에서 42%로 낮아진 반면 군사학 및 군사훈련은 12%에서 25%, 체육은 3%에서 17%, 훈육은 10%에서 17%로 각각 높아진다. 육사는 “군인적 품성과 자질을 갖춘 정예 장교의 육성 취지를 살리고, 학업 성적 위주로 졸업 우등생이 선정되는 관례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지난해 교내 성폭행과 해외 봉사활동 중 음주·마사지 파문, 미성년자 성매매 등 생도들의 잇단 일탈행위에 대한 육사 쇄신 차원에서 성적 위주의 선발 및 양성제도에 대한 개선책 중 하나를 마련한 것이란 설명이다.
군 일각에선 전체 재학생의 약 10%에 불과한 여생도가 2012∼2013년 잇달아 졸업 수석을 차지해 대통령상(최우수상)을 수상하자 육사가 여생도에게 불리하도록 성적 산정 방식을 바꾼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온다.
실제로 변경된 성적 산정방식을 적용하면 올해 졸업 우등상(1∼7등)에 해당하는 여생도가 당초 2명에서 1명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새 성적 평가기준이 적용되면 앞으로 여생도의 수석 졸업이 매우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육사는 변경된 성적 평가기준을 올해 졸업생부터 적용하려다 여생도들의 반발과 공사 여생도의 대통령상 번복 등으로 초래된 성차별 논란을 의식해 내년 졸업생부터 적용하기로 방침을 급히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육사는 1998년 여성에게 문호를 개방한 이래 2012년 최초로 여생도 수석 졸업에 이어 지난해에도 여생도가 졸업성적 1위를 차지했다. 현재 육사의 남생도는 917명, 여생도는 96명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