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씨 가족과 동거했던 신고자 인터뷰“탈북자 위장해 南서 잘산다 밝혀… 간첩행위 전화로도 가능한건데 北 갔었는지만 따지는게 답답”
“간첩 노릇을 한 것이 (특정 날짜에) 북한과 중국의 국경을 넘어갔는지와 도대체 무슨 상관인가요?”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으로 기소된 유우성 씨(34)의 아버지, 여동생과 북한 함경북도에서 2010년 5개월 남짓 동거했던 A 씨. 21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 사건이 ‘증거조작 의혹’으로 번진 것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40대 탈북 여성인 그는 이 사건의 최초 신고자다.
○ 위조 논란, ‘간첩 행위’ 사건 본질 흐려
실제 “유 씨가 중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QQ메신저’로 여동생 유가려 씨(27)를 통해 탈북자 명단을 북한 보위부에 전달했다”고 검찰이 기소한 것에 대해 유 씨 측은 “QQ메신저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명단이 전달된 시점에 여동생과 이 메신저로 화상 통화를 한 사진이 나오기도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민주당이 “공안당국이 출입경 기록을 조작했다”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A 씨는 “우습다는 생각이 든다. 탈북자로 위장해서 들어온 애를 감싸고 있는데 그런 데 신경 쓰지 말고 여기서 적응하지 못해 자살하고 심지어 북한에 다시 들어가는 탈북자들에게나 관심을 줬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 유 씨 아버지 “아들이 보위부 활동 중”
A 씨는 탈북해 2011년 남한에 들어온 뒤 북한에서 직접 듣고 본 유 씨의 활동이 ‘나쁜 짓’이었음을 알게 됐다고 했다. “나를 받아준 대한민국에 해가 되는 일인 걸 알고 여러 날 고민하다가 신고했다”고 했다.
특히 A 씨는 “유 씨가 남한에서 화교라는 게 드러나 체포된 적이 있는데, 보위부 소속 지도원이 ‘북한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신분증을 위조한 뒤 남한으로 보내 위기를 모면했다”고 말했다. 유 씨의 아버지가 보위부 사람들을 몰래 만났고 정체 모를 돈뭉치를 수시로 마련해 사용한 정황도 검찰과 공안당국에서 진술했다. A 씨는 “북한에서 들은 대로 유가려가 한국에 올 시점을 제보했고 국가정보원이 정확히 그때 체포했는데 내가 거짓말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