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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희 기자의 숨은서울찾기]이태원 ‘우사단 10길’

입력 | 2014-02-24 03:00:00

오래된 골목에 젊은 예술혼… 과거와 현재가 만난다




서울 이태원 이슬람 중앙성원 앞 우사단10길에는 개성 있는 작은 점포가 많다. ‘사원 앞 카페 벗’(왼쪽 사진)은 동네 주민들이 모여 회의를 열도록 공간을 내주고 스튜디오 ‘웍스’(오른쪽 사진)는 독특한 창작 공예품들을 위탁 판매한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장선희 기자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이슬람 중앙성원 앞, 이태원 토박이도 잘 모르는 독특한 동네가 있다. 이름도 낯선 ‘우사단(雩祀壇)10길’이다. 아직도 나무 장작을 때는 오래된 이발소가 있을 정도로 1970∼80년대 느낌이 물씬 나는 골목인데, 요즘 들어 활기가 넘친다. 커피 로스팅 가게부터 1인 가구 문화공작소까지, 젊은 예술가들의 개성 있는 작업실이 속속 들어서면서다. 과거와 현재, 우리나라와 외국의 느낌이 공존하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우사단10길을 소개한다.

○ 열린 공간, 우사단

우사단10길의 출발점은 ‘사원 앞 카페 벗’이다. 낡은 철제 문짝에 작은 간판만 붙여둬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이곳은 좀 독특한 커피숍이다. 매주 수요일 저녁 동네주민 모임인 ‘우사단단’의 회의가 열리는데, 이 회의에서 동네 소식지인 ‘월간 우사단’과 벼룩시장 ‘계단장’에 대한 아이디어가 탄생한다. 우사단길이 낯선 방문객이라면 주인 오단 씨(24·여)에게 갈만한 곳을 문의해도 좋다.

우사단10길에 있는 작업실이나 업체들은 하나같이 ‘오픈 마인드’다. 삼형제가 하는 커피 로스팅 가게 ‘챔프 커피’에 들어가 작업하는 모습을 구경해도 된다.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었다는 마케팅 회사 ‘비어앤펜슬(BNP)’ 건물 옥상은 방문객을 위해 늘 열려있다. 이태원 골목 구석구석과 남산까지 내려다보이는 옥상 전망이 꽤 멋지다.

○ 구경거리 가득

아기자기한 공방 구경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볼거리도 많다. 이연정 씨(28·여)가 110여 명의 사람들로부터 창작품을 위탁받아 판매하는 업체 ‘웍스(WORKS)’가 대표적이다. 누구나 팔고 싶은 창작품을 맡길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건 ‘비난하는 종이 접기’ 상품. 회색빛 종이를 순서대로 접어 미운 사람에게 던진다는 엉뚱한 발상에서 만든 작품이다. 직접 만든 향초부터 노트, 책 등 개성 있는 물건들이 가득하다.

이 밖에도 1인 가구도 팔고, 남는 방 하나는 게스트하우스 형식으로도 운영할 계획이라는 ‘루머스’, 매달 한 번 그림 작가를 불러 전시회를 여는 그라피티·타투 작업장인 ‘소울잉크’ 등 둘러볼 곳이 많다. 우사단길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우사단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wosadan)을 참고하면 된다. 우사단길 계단에서 열리는 벼룩시장 ‘계단장’과 신청자들에게 동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동투어’는 날씨가 풀리는 3월 말부터 다시 시작한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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