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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잔다르크, 도주한 대통령… 우크라 두동강 위기

입력 | 2014-02-24 03:00:00

野주도 의회 “야누코비치 해임” 의장에 대통령 권한… 組閣 착수
석방된 티모셴코 “5월 대선 출마”
야누코비치 “쿠데타… 사퇴 거부” 푸틴이 군사행동 나설 가능성도




21일 야권과 조기 대선 등에 합의했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하루 만에 수도 키예프를 버리고 동부 하리코프 시로 도망쳤다. 대통령의 최대 정적(政敵)인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는 하리코프 교도소 부속병원에서 풀려나 키예프로 돌아왔다. 지난해 11월부터 계속된 우크라이나 사태는 새로운 혁명의 성공이냐, 국토 분열이냐의 위기에 놓였다.

○ 권력 장악한 우크라이나 의회

우크라이나 야당이 주도하는 최고 의회 ‘라다’는 22일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해임 안건을 표결에 부쳐 전체 450명 중 382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원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또 외교 안보 분야를 대통령이 맡고 나머지 권한 대부분을 총리와 의회에 넘겼던 이원집정부제 형식의 ‘2004년 헌법’을 되살리기로 했다. 새 의장에는 최대 야당인 조국당 소속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를 선출했다. 티모셴코 전 총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그는 임시 대통령직도 맡는다. 그는 23일 “연립 내각 구성을 25일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라다’는 야권의 핵심인 티모셴코를 즉시 석방했다. 티모셴코는 2004년 우크라이나의 민주혁명인 오렌지혁명을 주도한 뒤 총리에 올랐다. 빼어난 미모 덕에 ‘오렌지 공주’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러나 2010년 대선에서 야누코비치 대통령에게 패한 뒤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7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었다.

허리디스크를 앓던 티모셴코 전 총리는 석방 직후 반정부 시위대가 모인 키예프 독립광장을 찾아 “5월 대선에 출마해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의회는 연립내각 구성에 합의하면 새 총리를 선출한다. 티모셴코가 유력한 후보다. 새 헌법에 따라 총리는 실권을 갖게 된다.

○ 야누코비치, 쿠데타로 규정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대 수만 명이 대통령 청사를 포함한 주요 정부 건물을 장악하자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자신의 정치 기반인 하리코프로 피신했다. 그는 의회 해임안 처리를 쿠데타로 규정하고 사퇴를 거부했다. 권력을 잃은 그가 측근들과 함께 망명을 시도하고 있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1991년 우크라이나 독립 이후 최악의 유혈사태인 이번 시위는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유럽연합(EU)와의 경제협력 협정 협상을 중단하면서 촉발됐다. 이 과정에서 반정부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진압해 몰락을 자초했다.

○ 첩첩산중 우크라이나의 미래


많은 전문가는 우크라이나의 정국 안정은 멀다고 전망하고 있다.

수도 키예프를 지나 흑해로 흐르는 드네프르 강을 두고 서부의 친서방파와 동부의 친러시아파로 갈려 선거 때마다 지역 갈등이 극심하다.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위치도 EU·미국 대 러시아의 갈등을 부추긴다.

남부 크림 반도에 자국 흑해함대의 기지를 보유한 러시아는 경제·군사 요충지인 우크라이나의 통제정책을 강화해왔다. 철 망간 등 광물자원도 풍부하고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를 서유럽으로 공급하는 파이프라인도 지나간다.

정국 혼란이 더욱 심해지면 동부의 분리 독립이 가시화되거나 이번 시위를 서방의 음모라고 주장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군사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

하정민 dew@donga.com·김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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