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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누가 ‘왕관’ 씌워주지 않아… 꿈을 당차게 말하라”

입력 | 2014-02-25 03:00:00

여성 CEO 4인이 전하는 성공 노하우 ‘톡톡 콘서트’




“여성 리더십은…” 뜨거운 열기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삼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여성 CEO 톡톡 콘서트’에 참석한 여성 최고경영자(CEO)들이 여성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셜리 위추이 한국IBM 대표, 이수영 코오롱워터앤에너지 대표, 이행희 한국코닝 대표, 진행을 맡은 동아일보 정성희 논설위원.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제가 생각하는 리더십은 ‘사람의 마음을 끌어들이는 힘’입니다. 이를 위해선 실력을 쌓고 준비된 사람이 되는 게 첫째입니다.”(권선주 IBK기업은행장)

“숨지 말고 앞으로 나서세요. 눈에 보이는 자리에서 도전하세요.”(셜리 위추이 한국IBM 대표)

“절대,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 마세요. 리더의 제1 덕목은 살아남는 것입니다.”(이수영 코오롱워터앤에너지 대표)

“핵심 인재는 자기 직무에서 일을 해내는 사람입니다. 본인의 사회성이나 위치에 대해서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이행희 한국코닝 대표)

24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삼성컨벤션센터에서 동아일보가 주최하고 숙명여대가 주관한 ‘여성 최고경영자(CEO) 톡톡(talk talk) 콘서트’가 열렸다. 재계를 대표하는 여성 CEO 네 명이 나서 대학생과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강연, 토론, 질의응답 등의 시간을 가졌다.

톡톡 콘서트에는 국내 첫 여성 은행장인 권선주 행장과 한국IBM의 첫 여성 CEO인 위추이 대표, 코오롱그룹의 첫 여성 CEO인 이수영 대표, 11년째 한국코닝을 이끌고 있는 이행희 대표가 참석했다.

○ 누구보다 준비된 인재가 돼라

―권선주: 리더십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전문 분야에 대한 실력이다. 이와 관련해 대학시절 4년은 소중한 시기다. 맬컴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란 책에서 “1만 시간을 투자하면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계산해보니 하루 3시간씩 주 7일, 4주씩 12개월을 꼬박 투자해 10년을 보내면 1만80시간이 나오더라. 하루 3시간이 아니라 6시간씩 전문 분야를 정해 투자한다면 10년은 5년으로 줄어들고, 대학 졸업 이전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행희: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하고 특수유리소재를 전문으로 하는 제조업체에 다니려니 힘들었다. 공대 출신들도 입사해 재교육을 받을 정도인데 오죽했겠나. 정말 공부를 ‘무지 무지 무지’ 많이 했다. 고등학교 때 배운 원자기호까지 다시 외울 정도로, 미련할 만큼 열심히 공부했다. 어느새 동료들이 ‘당신은 코닝대학을 나왔다’며 인정해줬다(웃음).

○ 숨지 말고 나서라

―위추이: 준비가 됐다면 적극적으로 ‘눈에 띄는(visible)’ 역할을 맡아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 말고 도전적인 일을 맡아야 리더가 될 수 있다. 또 하나 강조할 점은 커리어를 반드시 계획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여성들이 ‘내가 잘하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계획한 사람은 원하는 기회를 얻지만 그냥 열심히 한 사람은 원치 않는 일을 맡을 수도 있다.

―이수영: 꿈을 당당하게 말해야 한다. 가끔 여자 후배들을 보면 ‘승진해야지’란 말에 쑥스러워하면서 막상 승진에서 떨어지면 세상을 원망한다. 그래선 안 된다. 목표를 정하고 적극적으로 준비하면서 자꾸 말하고 다녀야 한다. 그래야 나에 대한 다짐도 되고 다른 사람도 그렇게 봐준다.

―권선주: 여성들은 ‘왕관증후군’이 있다는 말이 있다. 열심히 내 일만 하면 누군가가 와서 왕관을 씌워 주리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과거 은행에서는 여행원에게 중요한 일을 맡기지 않던 때가 있었는데, 난 1년 이상 해당 업무를 미리 공부한 뒤 그 일을 달라고 요구하고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결과적으로 내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됐다.

○ 견뎌라, 그러면 오르리라

―이수영: 절대, 어떤 경우에도 포기해선 안 된다. 회사생활은 쉽지 않다. 특히 팀장이 되면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고 입사 동기 100명 중 1명만 리더가 되는 게 현실이다. 그 과정엔 반드시 고통이 있다. ‘왜 우리 상사는 이렇게 이상한 사람인가’란 생각부터 ‘내 꿈은 이게 아니었는데’까지 별 생각이 다 든다. 그런데 이때 그만둬서 (조직에서) 없어져 버리면 리더가 될 수 없다. 살다가 어렵고, 팍팍하고, 화가 나서 밤에 자다가 벌떡벌떡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면 ‘내가 리더가 되려고 이러나 보다’ 생각하고 푹 주무시길 바란다(웃음).

―이행희: 여성의 약점으로 네트워킹 등 사회성을 많이 얘기하는데 사회와 조직에서 자기 자리가 어딘지 정확히 볼 수 있는 눈을 가졌으면 좋겠다. 유연성도 중요하다. 여성들은 원칙적인 경우가 많고 원칙에 맞지 않으면 타협 못하는 경향이 있다. 작은 것에 집착하기보다는 높은 곳에서 큰 ‘헬리콥터 뷰’를 가지고 남성들과 화합하고 조직과 조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 인내심도 좀 더 가져야 한다. ‘유리 천장’ 같은 사회적 한계를 핑계 삼아 취업을 포기해선 안 된다.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 “절대 절대 절대 포기 마세요” ▼

○ ‘마더십’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가져라


―권선주: 여성 리더십의 강점을 난 ‘마더십(mother+leadership)’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대한민국 여성들은 대단하다. 보통 일과 가정을 같이 운영하기 때문에 시간 활용이나 일의 집중력이 아주 뛰어나다. 언젠가 집의 물건을 가만히 둘러보니 남편이 사온 물건은 오로지 본인의 골프채뿐이더라(웃음). 세상에서 아이 키우기보다 힘든 일이 어디 있나. 마더십은 인생 내공 쌓기의 정점이고 거의 득도의 경지에 오르는 거라고 봐야 한다(웃음).

―위추이: 일 때문에 가정과 여가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일과 여가를 통합하는 것이 행복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무슨 일을 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분의 행복이다. 만약 가정주부일 때 행복하다면 주부로 사는 것도 전혀 문제될 것 없다. 내가 행복한 사람만이 다른 이에게도 긍정적 에너지를 줄 수 있다.

―이수영: 오랜 시간 열심히 일하는 ‘농업적 근면성’도 중요하다. 한때는 내게 주어진 일만 정해진 시간에 제대로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리더가 되려니 그게 아니더라. 나와 비슷한 스펙의 동료 중 ‘월화수목금금금’을 일하는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는 항상 대기하고 있으니까 자연히 회사의 급한 일이나 중요 업무는 그에게 돌아갔다. 이게 아니다 싶었다. 이때부터 나도 농업적 근면성을 발휘했다. 이렇게 하니 남들이 나를 무시하거나 배제하지 않고 인정해줬다. 1%만 살아남는 치열한 임원 경쟁 속에서 가장 큰 방패막이가 돼 준 건 바로 이 근면성이었다.

임우선 imsun@donga.com·신수정 기자
이태용 인턴기자 건국대 경영학과 4학년  

국내 첫 여성 은행장인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에게 ‘최초’는 익숙한 단어다. 1978년 입행해 동대문지점으로 발령을 받은 권 행장은 지점의 첫 대졸 여성 행원이었다. 외환 책임자, 지역본부장, 부행장을 거쳐 행장까지 그 앞에는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최근에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전 세계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 50명’ 중 47위로 선정됐다. 한국인으로는 유일하다.

직장 생활과 엄마 역할을 동시에 해야 하는 ‘워킹맘’에게 항상 선택의 순간은 찾아온다. 그는 “인생을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일들이 생기는데 10년 후 내가 어떤 자리에서 무엇을 할지 생각해보면 답은 나오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셜리 위추이 한국IBM 대표는 한국에서 태어난 중국계 미국인이다. 화교인 부모 아래 리라초등학교를 거쳐 명동의 화교학교에 다니다 13세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한국 대표로 부임하기 전에는 중국과 대만, 홍콩에서 IBM 현지법인 대표를 맡았다. 2004년에는 중국 최고 여성 경영인 10인에, 2005년에는 중국 정보기술(IT) 서비스 부문 올해의 인물에 뽑혔다.

위추이 대표도 권 행장과 마찬가지로 두 아이의 엄마다. 그는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이 중요하다”며 “절대 가족과의 시간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종종 딸과 삼청동에서 남대문까지 함께 걷는다. 그는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는 힘들지만 같이 있는 동안만큼은 누구보다 아이들에게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행희 한국코닝 대표는 1988년 고객서비스 담당 사원으로 입사해 2004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16년 만이다. 2005년 아시아월스트리트저널(AWSJ)이 선정한 ‘아시아에서 주목할 만한 10대 여성 기업인’ 중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그는 “부족함을 알고 하나씩 배워간다는 자세로 공부하다 보니 어느새 CEO 자리에 올라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바쁜 회사 생활 속에서도 시간을 내 경영학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수영 코오롱워터앤에너지 대표는 코오롱그룹 역사상 첫 CEO에 올랐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 삼성에버랜드를 거쳐 2003년 차장으로 코오롱에 입사해 10년 만인 2012년 말 공동대표, 올해는 단독 대표가 됐다. 2005년에는 차장에서 부장을 건너뛰고 상무보가 되는 등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그는 “‘여기서 승부를 보겠다’고 생각하니 매일 오전 5시에 출근해 자정을 넘길 정도로 일하게 되더라”며 “실적이 따라왔고 이는 치열한 경쟁에서 나를 지켜주는 방패막이가 됐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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