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소치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은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로 종합 13위를 차지했습니다. 억울한 판정으로 금메달을 놓치기도 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니 되돌릴 수는 없겠죠. 김재열 소치올림픽 한국선수단장의 말처럼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4년 뒤 평창동계올림픽을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러시아는 이번 대회에서 경기력뿐 아니라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이 올림픽을 개최하며 선언한 ‘러시아의 저력’을 십분 보여줬습니다. 특히 54조원을 투자해 조성한 올림픽공원은 부러움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러나 대회가 끝날 무렵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국제빙상연맹(ISU) 고위관계자들이 차기 동계올림픽 개최국인 한국의 관계자들에게 “평창은 실리적 올림픽을 만들길 바란다”는 말을 건넸다는 겁니다. 어마어마한 돈을 들였지만, 실상은 ‘속 빈 강정’이었던 소치올림픽을 비꼰 것이죠.
올림픽이 시작한 뒤에도 공사가 끝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회가 끝날 때까지도 선수단숙소와 기자단숙소 등에서 문제가 속출했습니다. 테러 위협 속에서도 보완검색은 허술했죠. 폐막이 임박한 시점에서야 보완검색의 강도가 높아지자, “이제야 체계가 잡힌 것 같다”는 뼈있는 농담까지 나왔습니다.
이뿐 아닙니다. 국제대회에서 빠질 수 없는 ‘음식’에 대한 불만 역시 끊이질 않았습니다. 메인프레스센터(MPC) 푸드코트는 좀처럼 사람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한산했고, 각 경기장에 마련된 음식코너도 장사가 되지 않았습니다. ISU 관계자가 말한 “실리적 올림픽”의 의미는 이처럼 겉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 내실에 충실한 대회겠죠. 김진선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위원장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콤팩트하지만 실리적 올림픽”을 주창했습니다. 각국 선수단이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선수’ 위주의 대회 개최를 강조했습니다.
20일간 54조원의 비싼 올림픽을 겪었던 한 사람으로서, 소치올림픽은 ‘화려했지만 부실했던’ 대회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4년 뒤 평창은 이번 대회를 반면교사 삼아 공정하고 내실 있는 올림픽을 만들길 기대해봅니다.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