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희 논설위원
준영 맘: 정부가 사교육 때문에 올해 수능 영어를 쉽게 출제한대요. 수능에서 가장 어려운 빈칸 추론 문제도 7개에서 4개로 줄이고요. 빈칸 추론은 변별력을 위한 문항인데 그럼 변별력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문제가 쉬워지면 하나만 실수해도 등급이 떨어질 텐데 아이들 곡소리 나겠어요.
정은 맘: 무슨 허무 개그 같은 소리예요. ‘언니’가 우리 엄마들 형편 잘 아는 것 같아 찍어줬더니 너무 나가신다. 교육부가 수능 영어에 대해 시시콜콜 지침을 내리는 것도 웃기지만 언제는 영어 구사능력에 따라 신분이 결정된다며 학교에 원어민 교사나 영어회화 강사 초청하며 난리를 치더니, 이제 와서 영어 공부 하지 말라고요.
준영 맘: 우리 아들은 고2 올라가는데 앞으로 영어 공부 더 세게 시킬 거예요. 올해 수능 영어 쉽게 내면 변별력 확보에 실패했다는 얘기가 나올 거고 그럼 내년엔 다시 어려워질 게 분명하잖아요. 우리가 정부에 한두 번 속아 봤나요.
정은 맘: 쉬운 영어 정책 쉽게 도입 못할 거예요. 작년에도 자율고 없앤다고 했는데 엄마들이 몰려가서 시위 몇 번 하니까 정책 바뀌잖아요. 서울대가 문과생도 의대에 지원을 허용하겠다고 했다가 이과생 엄마들이 청와대에 진정하고 몰려가 난리 치니까 철회했잖아요. 걱정할 것 없어요.
준영 맘: 아이 셋인데 매년 다른 입시를 치르게 되네요. 재수하는 딸은 작년에 A, B형 수능시험을 쳤는데 올해는 쉬운 수능 영어를 치게 생겼네요. 고2 아들은 내년에 어려운 수능을 칠 거고요. 계획대로라면 초등학교 6학년 올라가는 아들은 문·이과 통합 수능을 치는 첫 타자인데 이건 감(感)도 안 잡혀요. 자녀 수별로 입시정책이 다르니 첫애의 경험이 둘째에게 통하지 않고 엄마들만 죽어나요.
윤서 맘: 우리가 영어유치원에서 알게 된 사이이지만 수능 문제 몇 개 더 맞히려고 그 비싼 수업료 내고 다녔나요. 자식들을 외국인 앞에서 입도 뻥긋 못하는 우리처럼 키우지 않고 싶은 거였잖아요. 가수 싸이가 외국에서 통할 수 있었던 데는 영어가 큰 몫을 했다고 하던 게 엊그제인데.
준영 맘: 영어학원 다닌다고 영어 잘하는 거 아닌 거 인정해요. 우리 막내도 영어학원 다니기 싫어해 그만뒀잖아요. 언어는 수단일 뿐인데 모든 사람이 영어를 잘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맞아요. 하지만 독재국가도 아닌데 영어 정책에 국가가 이렇게 개입하는 건 쫌…. 그런 거 말고 학교 영어교사 실력이나 올렸으면 좋겠어요.
윤서 맘: 학원가는 이유가 영어 때문인가요. 경쟁 때문이잖아요. 애꿎은 영어를 왜 잡는지….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