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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씨 위조 청년동맹증 北보위부 간부가 제공”

입력 | 2014-02-25 03:00:00

본보, 최초 신고자 檢진술 조서 입수




‘증거 조작 의혹’으로 번진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은 2010년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시작됐다. 간첩 혐의로 기소된 유우성 씨(34)의 아버지, 여동생과 북한에서 5개월 남짓 동거했던 A 씨가 유 씨 가족들의 행적을 국가정보원에 제보하면서 수사가 착수됐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24일 최초 신고자인 40대 탈북 여성 A 씨가 검찰에서 진술한 조서를 입수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 사진으로 처음 만난 유우성

A 씨는 유 씨를 집 안에서 걸려 있는 사진에서 처음 봤다. 유 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베이징에서 의과대학에 다니고 있다”고만 말했지만 나중엔 말이 달라졌다. 여동생 유가려 씨(27)는 ‘김정숙(김일성 주석의 첫 번째 부인) 사적관’ 마당에서 A 씨에게 “오빠가 지금 남한에 탈북자로 들어가 있고 Y대학을 졸업한 뒤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한 것. 오빠가 보내온 남한의 MP3 플레이어와 화장품을 자랑하기도 했다.

얼마 뒤엔 여동생이 울면서 “오빠가 한국에서 잡혔다. (탈북자가 아닌) 화교 신분인 것이 노출돼 위험하게 됐고 탈북자로 속이려면 북한 출생증이 필요하다”고 했다. 여동생은 공안당국 조사에서 “아버지가 회령시 보위부 반탐(방첩) 부부장을 직접 만나 위조된 청년동맹증을 구했고, 회령시 보위부 한모 지도원에게 부탁해 나진에 살던 큰아버지를 통해 남한에 보냈다”고 말했다.

그 후 유 씨 아버지는 지인의 아파트 부근에서 A 씨에게 “아들이 회령시 보위부 일을 하고 있다. 가족들이 전부 중국으로 나가 살다 탈북자로 위장해 한국에 들어갈 예정인데 같이 가겠느냐”고 물었다. A 씨는 유 씨 가족들이 보위부에서 일하면 편하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같이 가겠다”고 답했다. 당시 유 씨 아버지는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게 보위부 단속에 걸려도 2만 위안(약 350만 원), 3만 위안을 내고 바로 풀려날 정도로 뭉칫돈을 집에 두고 살았다.

○ 항소심 쟁점은 ‘보위부 일’ 구체적 입증

A 씨가 2011년 초 한국으로 들어온 뒤 국가정보원과 검찰에서 유 씨의 간첩 행위에 대해 진술했다. 국정원은 A 씨의 진술을 토대로 한국으로 들어오던 유 씨의 여동생을 붙잡았고 유 씨가 국내 탈북자들의 정보를 넘겼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A 씨가 북한에서 들었던 탈북자 위장 부분도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났다. 법원은 유 씨가 중국 국적임에도 탈북자라고 속여 2500여만 원의 정착지원금을 받고 한국 여권을 부정 발급받아 사용한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5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유 씨 아버지가 말했던 ‘아들의 보위부 일’이 무엇인지는 A 씨도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 1심 재판 과정에서 유 씨는 간첩 혐의를 부인했고 여동생도 진술을 뒤집었으며 A 씨의 증언도 신빙성이 없다고 배척돼 무죄 판결이 났다. 따라서 항소심의 결과는 검찰이 유 씨가 했다는 ‘보위부 일’을 1심 때보다 구체적으로 입증하느냐에 달렸다.

한편 증거조작 의혹을 조사 중인 진상조사팀은 검찰과 변호인이 법원에 제출한 서류 8건에 대해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에 의뢰해 문서 감정에 들어갔다. 검찰과 변호인 측이 제출한 문건 중 같은 관인이 찍힌 서류 감정에 들어갔다. 유 씨의 출입경 기록과 관련해 중국 측 관인이 찍힌 서류들을 비교 분석해 해당 서류가 같은 기관에서 발행된 게 맞는지 파악할 계획이다.

최우열 dnsp@donga.com·최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