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최초 신고자 檢진술 조서 입수
‘증거 조작 의혹’으로 번진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은 2010년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시작됐다. 간첩 혐의로 기소된 유우성 씨(34)의 아버지, 여동생과 북한에서 5개월 남짓 동거했던 A 씨가 유 씨 가족들의 행적을 국가정보원에 제보하면서 수사가 착수됐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24일 최초 신고자인 40대 탈북 여성 A 씨가 검찰에서 진술한 조서를 입수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 사진으로 처음 만난 유우성
A 씨는 유 씨를 집 안에서 걸려 있는 사진에서 처음 봤다. 유 씨의 아버지는 “아들이 베이징에서 의과대학에 다니고 있다”고만 말했지만 나중엔 말이 달라졌다. 여동생 유가려 씨(27)는 ‘김정숙(김일성 주석의 첫 번째 부인) 사적관’ 마당에서 A 씨에게 “오빠가 지금 남한에 탈북자로 들어가 있고 Y대학을 졸업한 뒤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한 것. 오빠가 보내온 남한의 MP3 플레이어와 화장품을 자랑하기도 했다.
그 후 유 씨 아버지는 지인의 아파트 부근에서 A 씨에게 “아들이 회령시 보위부 일을 하고 있다. 가족들이 전부 중국으로 나가 살다 탈북자로 위장해 한국에 들어갈 예정인데 같이 가겠느냐”고 물었다. A 씨는 유 씨 가족들이 보위부에서 일하면 편하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같이 가겠다”고 답했다. 당시 유 씨 아버지는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게 보위부 단속에 걸려도 2만 위안(약 350만 원), 3만 위안을 내고 바로 풀려날 정도로 뭉칫돈을 집에 두고 살았다.
○ 항소심 쟁점은 ‘보위부 일’ 구체적 입증
A 씨가 2011년 초 한국으로 들어온 뒤 국가정보원과 검찰에서 유 씨의 간첩 행위에 대해 진술했다. 국정원은 A 씨의 진술을 토대로 한국으로 들어오던 유 씨의 여동생을 붙잡았고 유 씨가 국내 탈북자들의 정보를 넘겼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A 씨가 북한에서 들었던 탈북자 위장 부분도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났다. 법원은 유 씨가 중국 국적임에도 탈북자라고 속여 2500여만 원의 정착지원금을 받고 한국 여권을 부정 발급받아 사용한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5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유 씨 아버지가 말했던 ‘아들의 보위부 일’이 무엇인지는 A 씨도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 1심 재판 과정에서 유 씨는 간첩 혐의를 부인했고 여동생도 진술을 뒤집었으며 A 씨의 증언도 신빙성이 없다고 배척돼 무죄 판결이 났다. 따라서 항소심의 결과는 검찰이 유 씨가 했다는 ‘보위부 일’을 1심 때보다 구체적으로 입증하느냐에 달렸다.
최우열 dnsp@donga.com·최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