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상봉 종료]
4년전보다 ‘담담해진 상봉’

4년 만의 이산가족 상봉. 예년보다 ‘격렬한 슬픔’이 많이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왜 그럴까. 시간이 너무 지나 감정이 메말라서일까. 상봉 장면을 지켜보며 분석한 미술해부학자, 정신의학자 등 전문가들은 24일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얼굴 연구가로 유명한 조용진 미술해부학 박사는 “나이가 너무 들어 굳어버린 표정근육이 내면의 북받치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산가족들의 고령화가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았던 2000년 첫 이산가족 상봉 때는 억제할 수 없는 슬픔과 반가움의 표정이 많았다고 조 박사는 설명했다. 이런 격렬한 감정은 얼굴 표정근육의 수축과 긴장을 통해 ‘불수의(不隨意)적으로’(자기도 모르게) 표출된다. 하지만 고령화로 인해 신체와 뇌 활동이 둔화돼 표정근육이 함께 둔화되면서 고통과 슬픈 내면의 감정이 얼굴에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조 박사는 “다른 사람이 보기엔 담담한 표정을 짓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노화와 치매 등으로 심연의 주체할 수 없는 감정조차 얼굴에 드러내 보이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정성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