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6일 개봉 ‘만신’ 감독 박찬경
천주교 집안에서 자란 박찬경 감독은 “무속을 미신으로 매도할 게 아니라 문화로 봐야 한다”고 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그래서 저는 ‘판타지 다큐 드라마’라고 부르죠.”
박찬경 감독(49)은 미술계에서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미국 캘리포니아예술대에서 사진을 전공한 그는 미디어 아티스트로서 한국 근현대의 흔적을 담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미디어아트비엔날레인 ‘미디어시티 서울 2014’의 예술감독이기도 하다.
‘만신’은 촬영 기간만 2년 6개월이 걸렸다. 무속을 소재로 했지만 퇴마 의식보다 무속인 개인의 삶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짚어내는 데 주력한다. 박 감독은 “굿은 마을 공동체를 통합하는 축제 역할을 했다”면서 “사회적으로 오락과 위안의 기능을 가진다는 점에서 굿과 영화는 비슷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무속은 성(聖)과 속(俗)을 빠르게 넘나들죠. 돼지머리에 돈을 붙이는 모습은 무척 솔직하다 싶다가도 작두를 타는 것을 보면 그렇게 엄숙할 수 없어요. 제의 절차나 무복, 굿판에서 쓰이는 소리도 정말 흥미롭죠. 알면 알수록 참 풍부한 문화구나 싶어요.”
박 감독은 영화인 집안 출신이다. 형은 ‘올드보이’(2003년) ‘친절한 금자씨’(2005년)를 연출한 박찬욱 감독이며, 매제는 ‘설국열차’(2013년) ‘아저씨’(2010년) 등을 제작한 오퍼스픽처스 이태헌 대표다.
박 감독은 베를린영화제 단편부문 황금곰상을 수상한 ‘파란만장’(2010년), ‘청출어람’(2012년) ‘고진감래’(2013년)를 형과 함께 연출했다. 건축학과 교수이자 아마추어 화가였던 아버지(박돈서)의 영향을 받은 형제는 예술적 취향도 닮았다. 장르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만신’은 박찬욱 감독의 ‘박쥐’를 떠오르게 한다. 박 감독은 “(형과) 감각적으로 통하는 부분이 많다 보니 작업할 때 전혀 갈등을 빚지 않는다”면서도 “영화 작업을 20년 넘게 한 형과 비교하는 건 부담스럽다”고 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