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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과 위안의 기능… 굿과 영화는 닮은꼴”

입력 | 2014-02-25 03:00:00

3월 6일 개봉 ‘만신’ 감독 박찬경




천주교 집안에서 자란 박찬경 감독은 “무속을 미신으로 매도할 게 아니라 문화로 봐야 한다”고 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다음 달 6일 개봉하는 ‘만신(萬神)’은 장르가 모호한 작품이다. 중요무형문화재인 ‘큰 무당’ 김금화의 삶을 그린 이 영화는 그의 인터뷰를 비롯해 관련 기록을 꼼꼼히 담았다. 그러나 다큐멘터리라고 하기엔 김금화를 재연한 배우 김새론과 류현경, 문소리의 연기가 범상치 않다. 초현실적인 장면도 자주 등장한다.

“그래서 저는 ‘판타지 다큐 드라마’라고 부르죠.”

박찬경 감독(49)은 미술계에서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미국 캘리포니아예술대에서 사진을 전공한 그는 미디어 아티스트로서 한국 근현대의 흔적을 담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미디어아트비엔날레인 ‘미디어시티 서울 2014’의 예술감독이기도 하다.

“영화 ‘노예 12년’의 스티브 매퀸 감독도 미디어 아티스트죠. 두 분야를 넘나들고 싶어 하는 작가가 많아요. 영화는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매체인 데다 앞으로 개척할 수 있는 여지도 많다고 생각해요.”

‘만신’은 촬영 기간만 2년 6개월이 걸렸다. 무속을 소재로 했지만 퇴마 의식보다 무속인 개인의 삶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짚어내는 데 주력한다. 박 감독은 “굿은 마을 공동체를 통합하는 축제 역할을 했다”면서 “사회적으로 오락과 위안의 기능을 가진다는 점에서 굿과 영화는 비슷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무속은 성(聖)과 속(俗)을 빠르게 넘나들죠. 돼지머리에 돈을 붙이는 모습은 무척 솔직하다 싶다가도 작두를 타는 것을 보면 그렇게 엄숙할 수 없어요. 제의 절차나 무복, 굿판에서 쓰이는 소리도 정말 흥미롭죠. 알면 알수록 참 풍부한 문화구나 싶어요.”

박 감독은 영화인 집안 출신이다. 형은 ‘올드보이’(2003년) ‘친절한 금자씨’(2005년)를 연출한 박찬욱 감독이며, 매제는 ‘설국열차’(2013년) ‘아저씨’(2010년) 등을 제작한 오퍼스픽처스 이태헌 대표다.

박 감독은 베를린영화제 단편부문 황금곰상을 수상한 ‘파란만장’(2010년), ‘청출어람’(2012년) ‘고진감래’(2013년)를 형과 함께 연출했다. 건축학과 교수이자 아마추어 화가였던 아버지(박돈서)의 영향을 받은 형제는 예술적 취향도 닮았다. 장르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만신’은 박찬욱 감독의 ‘박쥐’를 떠오르게 한다. 박 감독은 “(형과) 감각적으로 통하는 부분이 많다 보니 작업할 때 전혀 갈등을 빚지 않는다”면서도 “영화 작업을 20년 넘게 한 형과 비교하는 건 부담스럽다”고 했다.

“차기작으로 신내림 받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공포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예술가로서 새로운 성격의 관객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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