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태극전사들 개선김연아 선수로선 마지막 귀국가족들은 공항 마중 안나오고 집에서 조촐한 은퇴파티 준비
국민에 행복 준 ‘초콜릿 메달’ 깨물고… 2014 소치 겨울올림픽에 출전했던 대한민국 선수단이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초콜릿으로 만든 ‘국민행복 금메달’을 입으로 깨무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소치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로 종합 13위를 차지했다. 왼쪽부터 조해리 박승희 이상화 김연아. 인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5일 오후 인천공항 입국장에 ‘피겨 전설’ 김연아(24)가 들어섰다. 소치 겨울올림픽에 참가한 대한민국 선수단의 입국을 기다리던 시민 700여 명은 술렁거렸다. 곳곳에서 “고마워요”라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김연아는 곧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김연아에게 이날은 선수로서 마지막 귀국이었다. 김연아는 공항이라는 장소에서 자신과 피겨의 인기가 점점 커지는 것을 실감했다. 2002년 트리글라브 트로피에서 한국 선수로는 첫 우승을 했을 때도 김연아는 무명에 불과했다. 차츰 우승 트로피가 쌓여가자 공항에서 김연아를 맞이하는 관심도 늘어만 갔다. 김연아는 “나로 인해 피겨 인기가 높아지는 것이 기분 좋았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김연아의 아버지, 언니 등 가족들은 공항에 오지 않았다. 다른 선수들의 가족이 대부분 공항에 나온 것과는 달랐다. 김연아의 가족은 그 시간 조촐하게 가족 파티를 준비하고 있었다. 김연아의 아버지 김현석 씨는 “공항에 마중을 가도 따로 볼 시간이 없기 때문에 가지 않았다. 아내(박미희 씨)도 소치에서 일찍 귀국했기 때문에 집에서 기다리면서 연아가 도착하는 대로 식사를 함께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딸의 은퇴에 대해 반가운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미안한 감정이 있었다. 김 씨는 “18년 동안 많은 분께 연아의 연기를 보여드렸는데 더이상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한 생각이 든다. 앞으로 다른 분야에서 더 많은 활동을 하면서 국민들이 보내준 성원에 보답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김연아는 아이스쇼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다. 김 씨는 “대학원 진학에 대해서는 아직 계획이 없다. 가족여행 등 앞으로의 진로와 계획은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고 밝혔다.
김연아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빠른 걸음으로 차로 이동했다. 혼잡한 인파 속에서 김연아는 “고마워요”라는 소리가 들리자 살짝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응원해 줘서 제가 더 고마워요’라는 표정으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김연아의 이름을 딴 경기장 건립에 관한 질문에 “국가기밀인데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다. 시설 명칭은 지금부터 함께 고민하고 합의해야 할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김재열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도 “김연아 선수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세계 최고의 스케이터다. 빙상연맹도 정부와 발을 맞춰 열심히 돕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