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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일 기자의 핫플레이스]부산 남구 용호동 일대

입력 | 2014-02-26 03:00:00

“해운대로 간 사람들이 돌아온다” 소문




부산 남구 용호동 전경. 개발 호재에 부촌 지위 탈환을 노리고 있다. 부산=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이번 주는 부산 남구 용호동 일대를 찾았습니다. 아파트 공급이 충분해 주택 가격이 답보 상태인 부산이지만 이 지역만큼은 잇따른 부동산 호재로 연초부터 시세 변화가 감지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용호동 일대는 2000년대 초중반 부산을 대표하는 부촌이었습니다. 부산 지역 집값에 큰 영향을 끼치는 바다 조망권이 확보된 곳인 데다 명문 학군이 있어 부산에서 내로라하는 신흥 부자들이 모여들었던 곳이라는군요. 하지만 해운대에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서고 대형 상업시설까지 자리 잡으면서 부산 최고 부촌의 지위를 해운대로 넘겨야 했습니다. 해운대 역시 바다 조망권으로 치면 부산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곳이기도 하죠.

그랬던 남구가 최근 옛 명성을 되찾고 있다고 합니다. 이곳의 아파트 가격이 올해만 1000만∼2000만 원 상승하고 고급 주택 수요자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용호동 GS하이츠자이 전용 130m² 아파트는 지난해 말 4억7000만∼4억9000만 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들어 5억∼5억1200만 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중소형 단지도 비슷합니다. 분양시장도 들썩입니다. 2005년 이후 이 일대의 첫 신규 공급 단지인 ‘더블유(W)’ 주상복합 아파트는 아직 본격적인 분양에 들어서기 전인데도 하루 100명가량의 사전 예약 방문객이 찾고 있습니다. 문의 전화도 하루 300건씩 오고 있다는군요. 김기남 LG자이부동산 소장은 “해운대구 고급 주거 단지에 거주하는 수요자들의 용호동 아파트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도 소문난 고급 주거단지인 해운대구 사람들이 왜 용호동으로 갈까’라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엉뚱하게도 교통체증 때문이라는군요.

해운대 일대 고급 주거단지가 멀리서 바라보면 꿈에서나 상상하던 으리으리한 곳으로 멋지게 보입니다. 실제 거주자들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꿈속의 집이 맞아. 내 집이라도 갈 수가 없거든”이라는 불만을 털어놓네요. 이 주거단지에 사는 사람들은 퇴근 뒤 집으로 돌아가는 게 고역이라고 합니다. 특히 해수욕 성수기가 맞물리면 고작 2km 남짓한 도로에 1시간 가까이 갇혀 있기도 한다니 퇴근길의 고통이 짐작이 가네요.

김준일 기자

그래도 역시 용호동이 부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형 개발 호재 때문입니다. 부산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남구 문현동 문현금융단지 부산국제금융센터(BIFC)가 올 6월 완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한국주택금융공사, 대한주택보증,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굵직한 금융 공기업 9곳의 입주가 확정돼 있습니다. 부산시는 연말까지 이곳에 4만 명의 금융 인력이 모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문현 금융단지 조성이 마무리되면 2019년까지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12조7000억 원에 이르고 13만8000여 명의 고용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대형 금융개발 호재에 교통체증이 없다는 덤까지 가진 용호동 일대. 과연 해운대로부터 부촌의 명성을 되찾아 올 수 있을까요?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