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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늦을수록 성실? 잘못된 인식부터 바꿔야

입력 | 2014-02-26 03:00:00

[저녁을 돌려주세요]




아직도 회사 간부 중에는 휴식, 휴가를 챙기는 직원을 백안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석에서 “마른 걸레도 쥐어짜면 물이 나온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는 것이 사실. 하지만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는 데 쥐어짜는 근로문화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부는 근로자들의 휴가 사용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장시간 근로가 일반적인 한국 특유의 근로문화가 개선되지 않으면서 기대했던 효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다.

2012년 8월부터 시행된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의 연가가 사라지기 6개월 전에 사용하지 않은 휴가일수를 근로자에게 알려주고, 근로자가 휴가 사용 시기를 정해 기업에 통보토록 촉구해야 한다. 이렇게 촉구했는데도 근로자가 휴가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사용자가 직접 근로자의 휴가 사용 시기를 정해서 근로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단순히 휴가 미사용일수를 근로자에게 알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휴가를 꼭 사용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사용자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휴가 사용을 유도했음에도 근로자가 휴가를 쓰지 않아 소멸됐으면 수당으로 보상하지 않아도 된다.

근기법에는 또 1년간 출근일수가 근무해야 하는 일수의 80%에 미달하더라도 한 달 개근할 때마다 하루씩 연가를 줘야 한다. 업무상 부상이나 질병으로 휴직한 기간도 출근일수에 당연히 포함된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보장돼 있지만 실제 근로 현장에서 휴가를 마음대로 가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법과 제도가 잘 마련돼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 근로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소용없다”며 “휴가 사용을 적극 장려하는 기업 문화가 정착돼야 법과 제도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의 한 대기업 인사팀 간부는 “휴가를 쓰라고 수없이 강조해도 윗사람들 눈치를 보느라 안 가는 직원들이 상당수”며 “윗사람들이 먼저 휴가를 가면서 모범을 보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로 인정해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지만 재계의 반대가 심해 시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68시간이었던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어들어 더 많은 휴식을 누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재계는 근로시간이 줄어든 만큼 임금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근로시간 감축에는 동의하면서도 임금 삭감에는 반대하고 있어 쉽사리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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