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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달러 원조도 싫다”… 우간다 反동성애법 강행

입력 | 2014-02-26 03:00:00

미국 강력 경고에도 대통령 서명… 阿 55개국 중 38개국서 불법 규정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이 24일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동성애자를 엄격하게 처벌하는 반(反)동성애법에 서명했다. 지난달에는 나이지리아도 반동성애법을 채택했다. 아프리카 55개국 가운데 동성애를 불법으로 규정한 국가는 38개국으로 늘어났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이날 관저에서 언론인 과학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법안 서명식에서 “서방 사회가 아프리카에서 동성애를 부추기는 것을 막아야 한다. 지금까지 어떤 연구도 태생적인 동성애를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무세베니 대통령은 “동성애는 유전적 결함으로 일어나는 비정상적 질환”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에 앞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무세베니 대통령이 반동성애법안에 서명하면 연간 4억 달러(약 4292억 원)가 넘는 원조를 끊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우간다의 최대 원조국이다. 미국의 막대한 원조를 포기하고 만들어진 이 법은 ‘4억 달러짜리 법안’으로도 불린다.

새 법에 따르면 동성애로 적발된 초범에게 최고 14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 또 상습적인 동성애나 청소년 또는 장애인을 상대로 한 동성애에는 종신형까지 가능하다. 동성애자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는 것도 처벌 대상에 포함했다. 지금까지는 게이(남성 동성애자)만 처벌했지만 앞으로는 레즈비언(여성 동성애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아프리카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혐오증이 확산되고 있다.

모리타니 소말리아 수단 등에서는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따라 동성애자를 사형시키기도 한다. 아랍권 위성방송인 알자지라는 “빈부 격차가 극심해지면서 터져 나오는 주민들의 불만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정치권력이 동성애를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언론들은 기독교인이 다수인 우간다에서 동성애자 처벌법이 통과된 것은 강경 보수 성향의 미 복음주의자들이 현지 여론을 움직인 결과라고 해석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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