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빚잔치 월드컵 NO!” 싸늘한 축구의 나라

입력 | 2014-02-26 03:00:00

브라질, 월드컵 반대여론 급증… “12조 넘는 비용 서민에 써야”
“개최 반대” 38%… 6년새 28%P↑
과격단체는 외국선수단 공격 경고




러시아가 소치 겨울올림픽을 즐기고 있는 사이 루블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2.2% 떨어졌다. 역대 최대인 54조 원을 들여 ‘잔치’를 벌였지만 돌아온 건 경제 불안이었다. 올해 6월 또 하나의 초대형 스포츠 이벤트인 월드컵이 열리는 브라질에서도 비슷한 우려 때문에 월드컵 반대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 ‘축구의 나라’에서 월드컵 반대

24일 여론조사기관 다타폴랴에 따르면 월드컵 개최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52%에 불과했다. 2008년 조사 때보다 26%포인트나 떨어졌다. 반면 반대한다는 의견은 2008년 10%에서 38%로 크게 늘었다.

대규모 월드컵 반대 시위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13일과 이달 22일에 상파울루 등에서 열린 시위에서 참가자와 경찰이 격렬하게 충돌하면서 부상자가 속출했고 200여 명이 연행됐다. 다음 달 13일에도 시위가 예고됐다.

특히 얼굴에 복면을 쓰고 시위를 주도하는 과격단체 ‘블랙 블록’은 월드컵 기간에도 대규모 시위를 열기로 했다. 이들은 시위 현장에서 공공시설물을 부수고 상점 공격, 차량 방화 등 과격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특히 외국 축구대표팀이 이용하는 버스와 호텔도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브라질의 월드컵 반대 여론이 커지는 이유는 경기장 건설 등에 투입되는 막대한 비용과 부패 문제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발표한 개최 비용은 월드컵 사상 최대인 280억 헤알(약 12조8500억 원)로 초기 추정치보다 무려 285% 늘어났다. 투입 비용이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 것은 관료와 건설업자의 유착 때문이라고 시위대는 주장했다.

최근 브라질의 경제성장이 2010년에 비해 크게 낮아진 점도 반대 이유의 하나다. 브라질 국민은 월드컵에 거액을 쓰기보다 치안 확보나 주거환경 및 대중교통 개선 등 더 유용한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양극화·치안부재의 그늘 ‘자경단’

정부의 관심이 월드컵으로 집중되는 사이 치안 불안과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자구책 차원의 ‘자경단(自警團)’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중산층 거주지 플라멩고에서 15세 흑인 소년이 벌거벗겨진 채 쇠사슬로 목이 가로등에 묶인 상태로 발견됐다. 빈민촌 출신의 이 소년은 플라멩고에서 절도를 하려다 자경단에 붙잡혀 봉변을 당했다.

법적 절차를 거치는 대신 시민이 다른 시민을 처벌하는 자경단 활동을 두고 브라질 국민도 양분돼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주 법무부는 트위터를 통해 “자경단의 첫 번째 희생자는 민주적 개념인 ‘정의’”라며 “자경단을 정당화하는 모든 주장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반면 자경단 활동이 ‘폭력사태에 대한 정당한 집단적 방어’라며 옹호하는 이들도 있다.소득 불평등 심화도 자경단의 등장 배경이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