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아의 스타일포스트]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의 두 번째 브랜드인 ‘미우미우’는 올해 봄여름 패션쇼에서 이른바 ‘다양한 여성’을 나타내려 했다. 복고적인 느낌을 담은 프린지(바탕천의 가장자리에 털실을 달아 만든 스타일) 장식부터 1970년대 느낌이 나는 동물무늬 의상, 구슬을 달아 만든 브래지어, 파스텔 색상의 울 코트 등 형형색색의 의상과 다양한 장식을 더한 옷을 한 패션쇼 안에 선보였다.
복잡할 정도로 장르가 다양해 보이는 것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패션쇼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검은색과 흰색으로 대표됐던 샤넬의 ‘트위드’ 재킷은 알록달록한 무지개가 됐다. 형형색색의 의상들이 잇달아 나온 샤넬의 패션쇼는 마치 갤러리에서 현대미술을 보는 듯했다. 레이스가 더해진 스커트 정장은 마치 구속에서 해방된 자유로운 영혼을 보는 듯했다.
이자벨마랑과 로샤스가 여성성을 기본으로 강인함을 보였다면 ‘바네사브루노’와 ‘겐조’ 브랜드는 젊은 여성의 경쾌함을 중심으로 여성성을 건드렸다. 1990년대 10대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바네사브루노의 올해 봄여름 의상들은 주황, 파랑 등 생동감 넘치는 색을 통해 캐주얼하고 발랄한 여성을 나타내려 했다. 겐조는 미국 캘리포니아 서부 해변의 사람들에게서 영감을 받은 의상들을 선보였다. 잔물결 무늬 의상부터 물고기를 주제로 한 티셔츠, 스킨스쿠버 소재의 의상 등 푸른 바다의 강렬함이 다양한 옷들에 나타났다.
캐주얼한 의상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 브랜드 ‘생로랑’의 디자이너 에디 슬리먼은 1980년대 미국, 영국, 일본 등을 휩쓴 로큰롤 스타일을 여성 의류에 선보였다. 어깨를 강조한 회색 정장이나 표범 무늬가 들어간 스커트 등 화려하면서도 거친 느낌을 강조했다. 마치 무심한 듯 세련된 ‘젠틀 레이디’라고 할까.
반면 ‘발렌시아가’는 옷 속의 곡선들을 통해 여성의 우아함을 나타냈다. 어깨선을 강조한 상의나 A라인 미니스커트, 육중해 보이지만 몸에 달라붙는 듯한 드레스 등을 통해 의존적이지 않은 여성과 우아한 여성을 동시에 나타내려는 느낌이다. 마치 ‘오트쿠튀르’(소수의 고객만을 대상으로 고객의 모든 니즈에 맞춰 제작한 맞춤복)와 ‘스포티’(스포츠에 어울리는 패션이나 활동성을 강조한 패션)의 조화랄까.
황선아 인터패션플래닝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