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모자 패션소품으로 각광
바이크리페어숍 스냅백. 삼성에버랜드 제공
출근을 앞둔 남자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것은 어쩌면 잘 갖춰진 정장 한 벌일지 모른다. 없던 신뢰도 주게 만드는 것이 양복의 힘 아니던가. 그런데 이 위에 야구 모자를 얹으면 어떻게 될까? 아마 출근길 내내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얼굴이 화끈거릴지 모른다.
하지만 최근 패션쇼나 유명인들 사이에선 정장에 야구 모자가 각광 받고 있다. 캐주얼이 아닌 코트나 재킷 등 정장 느낌의 의상에 야구 모자를 맞춰 쓰는 파격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1980, 1990년대에는 말 그대로 야구장에서 쓰던 야구 모자가 유행했다면 최근에는 가죽, 울 등 다양한 소재를 쓰거나 호피 무늬나 금속, 보석 등 화려한 장식이 더해진 야구 모자가 패션 소품으로 각광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모자 뒷면에 단추(일명 똑딱이)가 달려 있어 크기를 조절할 수 있게 한 ‘스냅백’이 단연 인기다.
패션업계에서는 야구 모자의 인기를 올해 패션계의 유행 중 하나인 ‘스포티즘’ 현상으로 보고 있다. 6월 ‘2014 브라질 월드컵’이나 9월 ‘인천 아시아경기’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야구 모자의 인기를 한층 더해주고 있다는 뜻이다.
야구 모자 외에도 야구 점퍼나 선수들이 운동할 때 입는 ‘스웨트 셔츠’ 등 야구와 스포츠를 주제로 한 의상들도 인기를 얻고 있다. 오수민 삼성패션연구소 연구원은 “단순히 캐주얼 스타일로 입는 데 그치지 않고 정장 등 다소 격식 있는 옷들과 섞어 입는 것이 새로운 현상”이라며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이른바 ‘스웨그(Swag)’ 문화의 하나”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