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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요즘 신사는 정장에 야구모자 쓴다?

입력 | 2014-02-27 03:00:00

야구모자 패션소품으로 각광




바이크리페어숍 스냅백. 삼성에버랜드 제공

마지막 단추까지 채운 흰색 와이셔츠, 탱탱하게 맨 넥타이, 빳빳하게 잘 다려진 재킷.

출근을 앞둔 남자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것은 어쩌면 잘 갖춰진 정장 한 벌일지 모른다. 없던 신뢰도 주게 만드는 것이 양복의 힘 아니던가. 그런데 이 위에 야구 모자를 얹으면 어떻게 될까? 아마 출근길 내내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얼굴이 화끈거릴지 모른다.

하지만 최근 패션쇼나 유명인들 사이에선 정장에 야구 모자가 각광 받고 있다. 캐주얼이 아닌 코트나 재킷 등 정장 느낌의 의상에 야구 모자를 맞춰 쓰는 파격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남성복 브랜드 ‘준지’의 정욱준 디자이너의 패션쇼를 들 수 있다. 지난달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그의 올해 가을겨울 패션쇼에서는 가죽 소재의 재킷, 코트에 야구 모자를 머리에 얹은 남성 모델들이 런웨이를 누볐다. 준지 측은 “1930, 1940년대 미국 뉴욕에서 재즈 문화와 함께 유행한 ‘주트 정장(Zoot Suit·어깨 폭이 넓고 길이가 긴 느슨한 형태의 정장)’에 야구 모자를 접목해 새로운 감성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1980, 1990년대에는 말 그대로 야구장에서 쓰던 야구 모자가 유행했다면 최근에는 가죽, 울 등 다양한 소재를 쓰거나 호피 무늬나 금속, 보석 등 화려한 장식이 더해진 야구 모자가 패션 소품으로 각광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모자 뒷면에 단추(일명 똑딱이)가 달려 있어 크기를 조절할 수 있게 한 ‘스냅백’이 단연 인기다.

패션업계에서는 야구 모자의 인기를 올해 패션계의 유행 중 하나인 ‘스포티즘’ 현상으로 보고 있다. 6월 ‘2014 브라질 월드컵’이나 9월 ‘인천 아시아경기’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야구 모자의 인기를 한층 더해주고 있다는 뜻이다.

야구 모자 외에도 야구 점퍼나 선수들이 운동할 때 입는 ‘스웨트 셔츠’ 등 야구와 스포츠를 주제로 한 의상들도 인기를 얻고 있다. 오수민 삼성패션연구소 연구원은 “단순히 캐주얼 스타일로 입는 데 그치지 않고 정장 등 다소 격식 있는 옷들과 섞어 입는 것이 새로운 현상”이라며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이른바 ‘스웨그(Swag)’ 문화의 하나”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