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더 벌게 하고, 마음을 조종하며, 치료효능까지 있는 ‘만능재주꾼’
터치의 파워는 광범위하고 또한 강력하다. 터치는 돈도 더 벌게 하고 원하는 것을 얻게 해주며 사람의 마음을 조종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치료제 효능까지 보이는 만능 재주꾼이다. 터치를 가장 활발하게 연구한 분야는 스포츠, 건강, 이성 교제, 세일즈 등이다. 과학자들은 스포츠 팀의 승률, 상품 판매, 치료와 건강, 대인관계와 같은 다양한 상황에서 터치를 통해 원하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 이기려면 터치하라
하지만 2010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켈트너 교수팀의 연구 결과 터치가 승패를 좌우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켈트너 교수팀은 2008∼2009시즌 미국프로농구(NBA) 참가팀의 신체 접촉을 분석했다. 하이파이브, 풀허그, 주먹 마주치기, 가슴 치기 등 농구 선수들의 12가지 터치 형태에 대해 집중 분석한 결과 시즌 초 경기에서 동료끼리 자주 터치한 팀이 개인뿐만 아니라 팀 성적도 좋았다. 다른 모든 변수를 통제한다 해도 같은 팀 동료끼리 자주 터치하면 할수록 팀의 승률이 높게 나타났다.
터치가 효과를 발휘하는 건 비단 스포츠 분야에서만이 아니다. 교육 현장에서도 터치의 파워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1987년 미국 멤피스주립대의 루퍼 교수팀은 교사가 학생을 터치할 경우 학생들은 교사를 친밀하고 재미있고 이해심이 많고 유능하다고 평가하는 반면에 터치하지 않는 경우 이런 좋은 평가가 사라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터치가 성적 변화에 미치는 효과는 더욱 극적이다. 교사가 터치한 학생의 평균 성적이 터치하지 않은 학생들의 평균 성적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났다.
터치 효과에 대해 연구가 활발한 또 다른 분야는 이성 관계다. 2010년 프랑스 남브르타뉴대 게궨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이 우연을 가장해 남성을 가볍게 터치했을 때 남성이 여성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CT)을 통해 터치가 남성의 쾌감 시스템을 자극해 아편 성분인 오피오이드(opioid)를 분비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 터치는 만병통치약?
‘엄마 손은 약손’이라는 문구처럼 터치는 건강에도 영향을 끼친다. 실제 과학자들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터치의 치유 효과에 대한 수많은 연구 결과를 쏟아내고 있다. 엄마의 터치가 신생아의 몸무게를 늘리거나 간호사나 간호인의 환자에 대한 터치는 환자의 만족도와 면역력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인기를 얻은 이유
사회적 지위와 터치 간의 상호작용을 보여준 사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임 교황과 달리 아주 짧은 시간에 세계적 스타가 됐다. 설교 내용이 좋아서, 미남이라서, 돈이 많아서, 홍보를 잘해서가 아니다. 좋은 설교, 잘생긴 외모, 막대한 돈을 가진 교황은 이전에도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것은 전임 교황이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 바로 에이즈 환자나 난치병 환자와의 터치 때문이다. 절대적 지위를 가진 교황이 소외된 환자를 어루만지고 키스하는 사진은 세상 사람 모두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 스킨십과 성추행은 종이 한장 차이
터치는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도 의미가 달라진다. 많은 연구 결과 일반적으로 남성보다는 여성이,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보다는 높은 사람이, 나이가 적은 사람보다는 많은 사람이 터치를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요한 건 터치의 양면성이다. 터치는 친밀도를 높이는 강력한 기법이지만 잘못 활용할 경우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일반적인 관행에서 벗어나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이 높은 사람을, 남성이 여성을, 나이 어린 사람이 많은 사람을 터치하는 것은 이 때문에 오해를 살 여지가 많다. 또한 이성 관계나 문화가 다를 경우 터치는 아동추행이나 성추행 시비를 낳을 수 있다. 같은 터치라도 성추행이 되느냐, 스킨십이 되느냐는 터치를 당하는 사람이 터치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가 된다. 터치는 이처럼 리스크를 동반하기 때문에 기교와 능숙함이 필요한 정교한 커뮤니케이션 기법이다.
허행량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hsignal@gmail.com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이 기사의 전문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47호에 실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