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까지 각 은행 도쿄지점장은 임기를 마친 뒤 대부분 임원으로 승진했다. IBK기업은행에서 첫 내부 공채 은행장 기록을 남긴 조준희 전 행장은 도쿄지점장을 지낸 ‘일본통(通)’이다.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최영환 전 수출입은행 부행장, 차순관 KB저축은행 대표, 백국종 우리P&S 대표, 이신기 신한금융지주 부사장도 마찬가지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지점장은 서울에서만 했지만 한일은행 도쿄지점에서 일한 적이 있다.
▷은행 도쿄지점을 둘러싼 불미스러운 사건이 잇달아 터져 나오고 있다. 전직(前職) 국민은행 도쿄지점장과 부지점장이 거래처에 4000억 원대의 불법 대출을 하고 리베이트를 챙긴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도쿄지점도 수백억 원대의 부실대출 정황이 발견돼 금융감독원이 검사에 착수했다. 한류 붐을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 자영업을 하는 이른바 ‘뉴 커머(New Comer) 한국인’들의 자금 수요가 늘면서 은행 도쿄지점들이 ‘갑(甲)질’을 할 수 있는 구조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