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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 섹시… 불혹의 유혹

입력 | 2014-02-27 03:00:00

드라마 주름잡는 멋쟁이 엄마들, 주인공인 자식들보다 더 튀어




드라마 속 화려하고 섹시한 엄마들. 왼쪽부터 ‘별에서 온 그대’의 이일화, ‘상속자들’의 김성령과 윤손하. 극 중 이들의 평균 나이는 45.3세다. 이일화는 극 중 딸인 유인나와 실제 나이 차가 열한 살밖에 안난다. SBS 제공

화려하고 섹시한 엄마들의 전성시대다.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배우 나영희는 주인공인 천송이(전지현) 엄마 양미연으로 나온다. 양미연의 나이는 54세로 설정돼 있지만, 극 중 핑크 패딩 재킷과 부츠, 붉은빛으로 염색한 커트 머리 등 패션 스타일로 눈길을 끈다. 49세로 설정된 세미(유인나) 엄마 한선영(이일화) 역시 경쟁하듯 화려한 모습으로 등장해 ‘별그대 엄마 패션’도 여성 시청자들에겐 화제다.

요즘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전통적인 어머니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복을 단아하게 차려입은 배우는 더이상 할머니 역에서도 찾기 어렵다. 엄마들은 때론 주인공인 자식들보다도 더 튀는 패션을 과시한다.

지난해 12월 종영한 드라마 ‘상속자들’의 김성령(극 중 44세)과 윤손하(43세)는 고교생 자녀의 엄마 역할을 맡았지만 ‘신상녀’ 뺨치는 의상과 액세서리로 주목받았다. 인터넷 패션 커뮤니티는 이런 엄마들 패션을 따라잡으려는 누리꾼들 간 질의응답으로 시끌벅적하다.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멋쟁이 엄마’들의 등장은 소비 주체로 부상한 40대 여성을 겨냥한 설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명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씨는 “예전엔 젊은 여배우에게만 명품 협찬이 몰렸는데 요즘은 40대 중년 배우에게 협찬하려는 브랜드들이 늘고 있다”며 “40대 여성의 소비 파워가 커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외형적인 모습뿐 아니라 ‘전원일기’ 속 김혜자 같은 희생적인 캐릭터도 보기 어렵다. ‘상속자들’은 10대 고교생의 사랑과 연애를 다뤘지만 ‘돌싱’인 윤손하의 솔직한 연애담도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영화 ‘관능의 법칙’에서는 자유연애를 꿈꾸는 싱글맘까지 등장한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1990년대부터 여성의 학력 수준이 높아지면서 대중문화 속 어머니도 희생적인 캐릭터에서 권리와 권위를 요구하는 쪽으로 바뀌기 시작했다”며 “이제는 한 발 더 나아가 스스로의 욕망에 솔직한 어머니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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