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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귀족 횡포에 맞선 시민군 지도자… 인물 내면묘사 돋보여

입력 | 2014-02-27 03:00:00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




아르노 데 팔리에르 감독의 미장센이 돋보이는 영화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 진진 제공

27일 개봉 예정인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은 독일 작가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1777∼1811)의 중편 소설 ‘미하엘 콜하스’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소설은 16세기 독일을 배경으로 시민계급인 콜하스가 귀족들의 횡포에 맞서 반란의 지도자로 우뚝 서는 과정을 그렸다. 정의의 문제와 시대의 부조리를 파헤친 소설이다.

영화는 소설의 메시지인 정의의 문제보다는 인물의 내면 묘사에 집중했다. 소설의 해학적인 캐릭터는 영화에선 과묵하고 진중한 주인공으로 바뀌었다.

독일의 말장수 미하엘 콜하스(마스 미켈센)는 이유 없이 자기 소유의 말을 못 쓰게 만든 귀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하지만 소송이 계속 기각되자, 아내와 가족에게 이런 사연을 말하고 왕을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하려고 한다. 하지만 집을 비운 사이 아내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다. 분노에 찬 콜하스는 주변 사람들을 규합해 귀족과 왕을 상대로 반란을 일으킨다.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은 영화가 왜 불립문자(不立文字), 즉 말이 필요 없는 예술인지 보여준다. 콜하스의 분노와 복수심, 그리고 정의에 대한 갈망은 대사로 전달되지 않는다. 그 대신 콜하스가 반란군을 이끌고 말을 달리는 회색빛의 황량한 들판은 관객을 그의 내면으로 인도한다. 콜하스의 다문 입술과 등장인물들의 건조한 피부, 절제된 음악도 대사를 대신한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의 아르노 데 팔리에르 감독이 펼치는 수려한 미장센(미학적 공간 배치)이 영화적 묘미를 극대화한다.

‘더 헌트’로 2012년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탄 미켈센의 남성성은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이다. 눈빛과 미니멀한 몸동작으로 말하는 미켈센의 연기에 주목하면 영화를 더 재밌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메시지를 따지는 관객이라면 영화에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콜하스의 선택에 동의할 수 없는 관객도 적지 않을 듯하다. 지난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랐던 작품이다. 18세 이상.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