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서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셋째로 태어났다고 1800만 원을 거저 준다니! 기자는 이 로또 같은 제도에 대한 얘기를 듣고 흘러간 정치인 허경영의 ‘신혼부부 1억 원 지급’ 공약이 떠올랐다. 지금은 개그맨의 이미지가 더 강하지만 허경영은 2007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9만6000여 명의 표를 받았다. 당시 그가 내걸었던 신혼부부 1억 원 지급 공약도 결혼과 출산을 장려한다는 목적은 같았다.
물론 재원 조달 면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아이디어였다. 매년 거의 30조 원이 필요하다. 전체 국방비 예산에 맞먹는 돈이다. 이에 비해 박 대통령의 셋째 등록금 지원 제도는 매년 5000억 원 정도가 들어간다고 한다. 그런데 재원을 제외한 다른 기준에서 보면 박 대통령의 공약은 허경영의 공약보다도 못한 점이 많다. 차근차근 살펴보자.
둘째, 누구나 결혼은 할 수 있지만 누구나 셋째로 태어날 수는 없다. 가족의 학비 지원을 받지 못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고학하는 대학생들이 많다. 중간에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셋째라는 이유만으로 누구는 대학 등록금이 반값이고, 첫째나 둘째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누구는 전액을 내야 한다면 이는 불공평한 제도다.
셋째,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진학률을 낮추려는 국가 정책과 정면충돌하는 제도다. 교육부는 스위스 독일 등의 예를 들어가며 고교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을 낮추려고 온갖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이제 셋째로 태어난 사람은 대부분 대학에 가려 할 것이다. 두 정책 중 무엇이 옳은지는 따져봐야겠지만 둘 다 옳을 수 없다는 건 명확하다.
넷째, 도입 시기도 문제가 있다. 지금 대학에 입학하는 자녀를 가진 부모들은 대부분 더 이상 아기를 낳을 수 없는 나이다.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서라면 박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 2013년 2월 25일 이후 잉태된 아기에 대해서만 장학금을 지원하는 게 맞지 않을까.
박 대통령의 셋째 등록금 지원 공약이 실제로 실행되는 것을 보며 허경영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 본인의 공약도 조금 현실적으로 수정했더라면, 1억 원이 아니라 1000만 원 정도 지원해주겠다고 했더라면 충분히 가능했다고, 시대를 너무 앞서갔을 뿐이라고 아쉬워하진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