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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계열사 자율경영체제 강화… 신규-글로벌 사업 차질 불가피

입력 | 2014-02-28 03:00:00

[최태원 SK회장 4년형 확정]
‘비상 경영’ 재계 3위의 앞날은




창사이후 최대위기 맞은 SK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의 실형이 확정된 27일 서울 종로구 종로 SK그룹 본사 사옥 로비에서 직원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오가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953년 그룹 창립 이후 최대 위기가 닥쳤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의 실형이 확정된 27일 망연자실한 분위기였다. 그룹 주요 인사들은 내심 파기환송을 기대했던 만큼 낙담을 감추지 않았다. 그동안 사령탑 역할을 했던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판결 직후 계열사 사장단을 모아 비상회의를 열고 동요를 막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재계 3위 거대 그룹의 앞날을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SK그룹은 2006년부터 LG그룹을 제치고 재계 3위에 올랐다.

○ 현 비상경영체제 유지

SK그룹은 이날 사장단 비상회의를 마친 뒤 “고객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리며 참담하고 비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경영공백 장기화가 대규모 신규사업과 글로벌사업 분야에 있어 돌이킬 수 없는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SK그룹은 현재 분위기로 볼 때 최 회장과 최 부회장의 사면 또는 가석방을 상당 기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2, 3년 동안은 총수 없는 경영체제를 지속해야 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사면이나 가석방 없이 형기를 다 마칠 경우 최 회장은 2017년 1월, 최 부회장은 2016년 10월에나 출소한다.

최 회장은 지주회사인 SK㈜를 비롯해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SK C&C의 등기임원이다. 최 부회장은 SK E&S 대표이사와 SK네트웍스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재계에서는 맡은 역할을 못하게 됐으므로 두 형제가 조만간 사의를 표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SK그룹은 경영공백을 막기 위해 현재의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할 계획이다.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조율을 맡는 동시에 계열사의 자율경영을 강화하는 ‘따로 또 같이’ 경영을 하겠다는 것이다.

○ 신규사업 진출 전면 중단 위기

최 회장의 부재에 따른 가장 큰 문제는 신규사업 진출이다. 조 단위의 자금이 투입되는 신규사업은 총수 부재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진행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SK에너지는 지난해 11월 호주 유류 공급업체 유나이티드 페트롤리엄(UP) 지분 인수를 포기했다. 국내에선 STX에너지와 ADT캡스 인수를 검토하던 중 백지화했다. 자원개발 등 총수가 직접 뛰어야 하는 글로벌사업도 일부 지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주요 사업 부문 중 에너지는 지난해 실적이 악화됐고 통신은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9%, 19% 줄었다.

SK텔레콤은 과징금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등 실적이 악화됐다. 올해도 거액의 과징금 부과가 예상되는 등 전망이 밝지 않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지만 최근 반도체 가격이 하락해 향후 성과가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내지 못하면 심각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란 우려가 그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주요 의사결정이 미뤄지면서 도약은 고사하고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힘들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 지배구조는 변화 없을 듯

하지만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현재 SK그룹은 최 회장이 SK C&C의 지분 38%를 갖고 있고 SK C&C가 SK㈜의 지분 31.8%를 보유하고 있다. SK㈜는 SK텔레콤(25.2%)과 SK이노베이션(33.4%) 등을 갖고 있고 SK텔레콤이 SK하이닉스(20.6%)를 보유하고 있는 등 비교적 안정된 구조다. 에너지, 통신, 반도체 등으로 구성된 그룹 포트폴리오도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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