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미니 - 정규앨범 들고 컴백
‘미스터 미스터’ 뮤직비디오 속 ‘소녀시대’(위쪽)는 10∼30대 여성이 우러러보며 닮고자 하는 인형 역할에 여전히 충실한 반면 ‘2NE1’은 ‘내가 제일 잘나가’고 싶지만 뒤에선 ‘아파’하는, 강하면서 여린 여성들의 분신같다. 서로 다른 두 개의 롤 모델. 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 제공
‘너 때문에 내 마음은 갑옷 입’(‘훗’)은 9인조 여성그룹 소녀시대가 런웨이를 차례로 밟는 완벽한 모델 같다면, ‘오늘 이후로 난 남자 울리는 배드 걸’(‘아이 돈트 케어’)인 4인조 2NE1은 록 밴드처럼 보인다. 연인의 부정을 목격했다고 해도 두 그룹 멤버들의 반응은 좀 다를 것 같다. 도도함에도 여러 결이 있다.
두 그룹이 동시에 컴백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소녀시대가 24일 1년 2개월 만의 음반인 네 번째 미니 앨범 ‘미스터 미스터’(6곡 수록)를 냈고, 27일엔 2NE1이 4년 만의 정규 음반인 2집 ‘크러시’(10곡 수록)를 발매했다.
2NE1의 대표 신곡 ‘컴 백 홈’(작사 테디, 작곡 및 편곡 테디 PK 디피)은 그간 선보인 레게, 힙합, 트랩(잘게 쪼갠 드럼 하이햇 리듬이 특징적인 음악장르)의 요소를 늘어놓은 뒤 특유의 코드 네 개짜리 록 같은 후렴구를 장착했다. 2NE1답다.
3월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먼저 접한 ‘컴 백 홈’ 안무에는 ‘동명이곡’인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에 대한 헌정도 담겨 있었다.
‘유로파’를 비롯한 세련된 곡을 다수 포진시킨 소녀시대의 앨범의 완성도가 적당히 고르다면, 2NE1의 음반은 피곤할 정도로 촘촘한 특유의 전자음의 향연 속에서도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적절한 호흡과 긴장감을 유지한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