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대학 학과현황 첫 분석 <上>
서울의 B사립대 신문방송학과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졸업생 가운데 학과 관련 직종으로 취업하는 학생은 10명 중 2명 수준. 하지만 영국 대학에서 학위를 받았다는 이 학과 교수는 “영국엔 대학마다 언론 관련 학과가 다 있다. 오히려 우리는 부족한 실정”이라고 했다.
○ 학과 이기주의에 발목 잡힌 대학들
그런데 얼마를 줄일 것인지만 정했을 뿐, 어떻게 줄일 것인지 그 방법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고려대 기획처 관계자는 “실질적인 감축 방법이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며 “다른 대학들도 어떻게 정원을 감축할지 고민하는 눈치”라고 토로했다.
해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결국 학과 구조조정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번 기회에 대학마다 학과 통폐합 등 제대로 된 구조조정에 나서 정원을 감축하고, 현실에 맞게 학과를 개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학과 구조조정이란 큰 틀에는 대학들도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역시 학과 이기주의다. 학과마다 “우리 학과만은 몸집을 키워야 한다”는 식으로 주장을 펼치다 보니 전체 학과 수가 줄기는커녕 외려 늘어나는 형편이다.
이는 본보가 한양대 배영찬 교수팀과 함께 국내외 대학들의 학사 과정과 학과 편성 등을 비교 분석한 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분석 대상은 국내의 경우 4년제 대학 중 종합대학 성격을 지니고 정원이 1만 명이 넘는 53개교를 선정했다. 해외 대학은 영국의 세계적인 대학평가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대학평가 종합순위에서 400위 안에 포함된 미국, 영국의 대학 중 학사 과정 및 학과 편성이 종합대학 성격을 지닌 110개교를 뽑았다.
○ 학과 특성화는 학과 발전 위해서도 절실
대학들의 주요 학과 보유 현황을 보면, 사립대들이 정체된 학과에 대한 구조조정 없이 방만하게 학과를 운영한다는 사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번에 조사한 학과는 22개. 그중 14개 학과에서 국내 사립대들(38개)의 학과 보유 비율이 해외 사립대들(66개)의 보유 비율보다 높았다. 특히 국내 사립대들은 인문, 사회과학, 사범 계열 등에서 학과 보유 비율이 두드러지게 높았다. 필요로 하는 수요보다 지나치게 많은 졸업생이 배출된다고 지적받는 학과들이다.
전공과 상관없는 공부를 하는 학생이 많으면 정부가 추진하는 학과 특성화 정책도 요원해진다. 충북의 C사립대 국문학과의 경우 졸업생 절반이 같은 학교 및 타 대학 경영학과 대학원에 진학했다. 이미 입학생의 30%가량은 편입으로 빠진 상황. 이렇다 보니 교수들은 의욕이 떨어져 연구에 집중하기 힘들다. 구연희 교육부 지역대학육성과장은 “정부도 비인기 학과에 지원을 해주고 싶지만 너무 많은 학교에 학과가 개설돼 있어 몰아주기 힘든 형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국·공립대에 해당하는 미국 주립대들의 평균 학과 수는 80.5개로 국내 국·공립대 평균 학과 수(77.5개)보다 오히려 많았다. 특히 퍼듀대(176개), 미네소타대(149개), 펜실베이니아주립대(145개), 오하이오주립대(195개) 등은 국내 국·공립대 가운데 학과 수가 가장 많은 경북대(109개)보다도 훨씬 많다.
미국 주립대는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 인재를 양성한다는 정부 철학을 반영해 비인기학과도 전략적으로 육성한다. 안 덩컨 미국 교육부 장관이 최근 “정부는 다양한 관심을 가진 학생들의 수요를 충분히 만족시켜 주도록 정책적으로 배려해줄 의무가 있다”고 한 발언도 이러한 맥락이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