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간다, 도시가 산다]<6>하이트진로 홍천 공장
강원 홍천군 북방면의 하이트진로 맥주 생산 공장에서 직원들이 맥주 제품에 이물질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이 공장 내 근무인원 400여 명 중 대다수는 홍천군민이다. 하이트진로 제공
지난달 25일 찾은 강원 홍천군 읍내의 한 식당. 맥주를 주문하자 ‘하이트’ 맥주가 나왔다. 함께 자리에 앉은 홍천군 직원은 “콕 집어서 ‘○○맥주 주세요’라고 안 하면 홍천에선 하이트가 기본”이라고 말했다. 일부 식당에선 아예 하이트, 맥스, 드라이피니시 디(D) 등 ‘하이트진로’의 맥주만 판다고 했다.
하이트진로의 맥주 생산 공장이 이 지역(홍천군 북방면)에 있기 때문이다. 지역 경제를 살린 하이트진로를 위해 지역민들이 기꺼이 영업사원 역할을 해주는 것. 아예 간판을 ‘하이트 주유소’ ‘맥스 카페’로 달아놓은 가게들도 눈에 띄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홍천 지역에서 하이트진로의 맥주 점유율은 전국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70% 수준에 이른다”고 귀띔했다.
○ “맥주 공장 없으면 지역 경제 안 돌아가”
설립 때부터 이 공장에서 근무한 민전홍 생산업무지원파트장은 “당시만 해도 홍천군은 물론이고 강원도내에 산업시설이 거의 없었다”며 “공장이 들어선 뒤 용기·물류업체도 늘어나자 주민들은 ‘지역 경제가 살아났다’며 좋아했다”고 회상했다.
홍천군의 지역 내 총생산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6.4%(2011년)로 강원도 평균(67.9%)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그 대신 농림·축산(15.9%)과 제조업(14.3%) 분야가 평균보다 높다. 제조업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게 하이트진로 공장이다. 홍천군 관계자는 “맥주 공장이 없으면 지역 경제가 제대로 유지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홍천 공장에서 근무하는 종업원은 400여 명. 이 중 일부 관리직을 제외한 공장 직원 및 협력사 직원, 식당 종업원은 대부분 홍천군에 연고를 두고 있다. 수출용 막걸리를 생산하는 진로양조와 물류·운송을 담당하는 강원물류 등 계열사도 이 지역에 있다. 이 회사들에도 주민 100명가량이 근무하고 있다. 맥주 공장이 500명 정도의 고용 창출 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민 파트장은 “공장 설립 때부터 지역 출신 우선 채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며 “홍천뿐만 아니라 춘천·원주·강릉·속초시 등에 영업지점이 있어 본사 전체 임직원의 약 20%인 700여 명이 강원도에서 일한다”고 설명했다.
○ 손해 보지만 지역민 위해 도시가스를
홍천 공장은 맥주를 생산하고 남은 맥주보리 껍질을 한우로 유명한 이 지역에 사료용으로 공급해 도움을 주기도 한다. 공장 관계자는 “천연 사료인 맥주보리 껍질은 저렴하고 영양이 많아 인기가 높다”며 “매년 발생하는 4만∼5만 t의 보리껍질 중 80%를 홍천에 우선적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업의 역할에 주민들은 하이트진로의 든든한 지지자를 자청했다. 지난해 9월 민관군 합동 체육대회 때 홍천군번영회는 ‘향토기업인 하이트진로를 애용하자’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회원들은 이 문구가 쓰인 어깨띠를 두르고 하이트 맥주, 참이슬 소주를 마셔 달라고 주민들에게 호소했다.
전명준 홍천군번영회장은 “하이트진로의 기업 성장세가 주춤하고 경쟁사가 홍천군에서도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자 위기감을 느낀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벌인 행사”라며 “기업이 살아야 지역도 사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홍천=류원식 기자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