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신수정
그는 “수익을 내면 엄청난 보상을 해주는 반면 손실을 낼 때는 가벼운 징계에 그치는 왜곡된 인센티브 구조 때문에 금융회사들이 한 방 터뜨릴 수 있는 복잡한 금융상품 투자에 뛰어들었다”며 “이러한 투자에는 분명히 실패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의 주장을 참석자들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지만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졌다.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금융위기가 터진 지 5년이 지난 지금, 금융상품 트렌드는 많이 바뀌었다. 금융권은 복잡한 금융상품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금융상품을 최대한 단순, 투명하게 설계할 것을 권했다. 파는 이도, 사는 이도 잘 모르는 복잡한 상품 판매를 제재하고 나섰다.
대표적 예가 ‘현대라이프 ZERO’와 ‘미래에셋생명 진심의 차이’다. ZERO는 불필요한 특약 없이 사망, 암, 5대 성인병, 어린이보험 등 꼭 필요한 4대 핵심보장에만 집중했다. 출시 3개월 만에 1만6000건 이상의 계약을 달성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진심의 차이는 변액보험 민원의 주요인이던 선취수수료 방식을 버려 환급률을 대폭 끌어올렸다. 출시된 지 1년이 채 안 되었지만 납입초회 보험료가 2200억 원을 넘었다.
간결함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고객 가치를 높이는 금융상품이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현상은 바람직하다. 어디에, 어떻게 투자되는지도 모른 채 금융회사가 ‘고수익을 안겨주는 상품’이라고 추천하면 무조건 투자하는 시대는 금융위기와 함께 저물었다.
워런 버핏의 스승으로 잘 알려진 투자의 대가 벤저민 그레이엄은 “위험은 투자대상이 아닌, 투자자 자신에게 있다”고 했다. 자신이 투자하는 상품의 리스크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수익만을 좇는 원칙 없는 태도가 투자의 가장 위험한 적이라는 뜻이다.
경제부·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