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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기자의 스마트머니]단순-투명한 금융상품이 사랑받는다

입력 | 2014-03-04 03:00:00


경제부·신수정

2005년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퇴임을 앞두고 미국 와이오밍 주의 잭슨홀에서 ‘그린스펀 시대의 회고’를 주제로 콘퍼런스가 열렸다. 금융계의 거물들이 대거 참석한 자리에서 당시 라구람 라잔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현 인도중앙은행 총재)가 “거대하고 복잡해진 금융시스템이 붕괴를 가져올 것”이라며 화기애애한 콘퍼런스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는 “수익을 내면 엄청난 보상을 해주는 반면 손실을 낼 때는 가벼운 징계에 그치는 왜곡된 인센티브 구조 때문에 금융회사들이 한 방 터뜨릴 수 있는 복잡한 금융상품 투자에 뛰어들었다”며 “이러한 투자에는 분명히 실패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의 주장을 참석자들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지만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졌다.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금융위기가 터진 지 5년이 지난 지금, 금융상품 트렌드는 많이 바뀌었다. 금융권은 복잡한 금융상품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금융상품을 최대한 단순, 투명하게 설계할 것을 권했다. 파는 이도, 사는 이도 잘 모르는 복잡한 상품 판매를 제재하고 나섰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라도 금융회사는 단순한 약관, 투명한 가격 및 수익률 구조를 내세운 상품을 선보여야 했다. 국내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복잡한 상품설계 방식과 불투명한 수수료 체계를 과감히 바꾼 상품들이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대표적 예가 ‘현대라이프 ZERO’와 ‘미래에셋생명 진심의 차이’다. ZERO는 불필요한 특약 없이 사망, 암, 5대 성인병, 어린이보험 등 꼭 필요한 4대 핵심보장에만 집중했다. 출시 3개월 만에 1만6000건 이상의 계약을 달성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진심의 차이는 변액보험 민원의 주요인이던 선취수수료 방식을 버려 환급률을 대폭 끌어올렸다. 출시된 지 1년이 채 안 되었지만 납입초회 보험료가 2200억 원을 넘었다.

간결함과 투명성을 바탕으로 고객 가치를 높이는 금융상품이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현상은 바람직하다. 어디에, 어떻게 투자되는지도 모른 채 금융회사가 ‘고수익을 안겨주는 상품’이라고 추천하면 무조건 투자하는 시대는 금융위기와 함께 저물었다.

워런 버핏의 스승으로 잘 알려진 투자의 대가 벤저민 그레이엄은 “위험은 투자대상이 아닌, 투자자 자신에게 있다”고 했다. 자신이 투자하는 상품의 리스크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수익만을 좇는 원칙 없는 태도가 투자의 가장 위험한 적이라는 뜻이다.

경제부·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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