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루크 스캇(오른쪽)과 물리치료사 존 캘리의 오랜 인연은 한국까지 이어지고 있다. 오키나와|전영희 기자
SK 이만수 감독은 외국인타자 루크 스캇(36)을 올 시즌 4번타자로 점찍었다. 메이저리그(ML)에서 4번타자로만 109경기에 나선 스캇은 스프링캠프 내내 큰 관심을 받았다. 특히 실력뿐 아니라 인성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그의 됨됨이를 확인할 수 있는 사연이 있다. 3일로 막을 내린 SK의 오키나와 2차 캠프에선 한 외국인 물리치료사가 눈길을 끌었다. 존 캘리는 이름의 이 인물은 스캇이 개인적으로 고용한 물리치료사였다.
둘의 인연은 스캇이 오클라호마주립대 4학년에 재학 중이던 1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스캇은 팔꿈치 부상으로 고전하고 있었다. 대학 졸업과 프로 입단을 앞둔 상황이라 마음은 급했다. 그러나 재활에 필요한 비용은 가난한 대학생이 감당하기엔 너무 컸다. 스캇은 고심 끝에 유능한 물리치료사였던 캘리를 찾아갔다. 그리고 호기롭게 말했다. “난 지금 돈도 없고, 보험도 적용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하지만 당신이 내 몸을 돌봐준다면, 내가 야구선수로서 성공해 당신의 미래를 평생 보장하겠다.” 젊은 선수의 비범한 눈빛을 확인한 캘리는 그 때부터 스캇의 몸을 살폈다.
스캇은 마이너리그를 거쳐 2005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활약도가 높아질수록 연봉도 높아져갔다. 볼티모어 유니폼을 입던 2011년에는 연봉 640만달러(약 68억5000만원)를 받으며 ‘600만달러의 사나이’ 대열에도 합류했다.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9시즌간 뛰며 받은 연봉 총액은 무려 2172만달러(약 232억원)다. 둘은 ‘맨발에서 벤츠까지’였던 이 모든 기간을 함께 했다. 스캇은 부와 명예를 얻은 뒤에도 의리를 잃지 않았다. 대학생 시절 자신이 했던 약속을 현재까지 지키고 있다.
캘리는 “스캇은 대학 시절부터 술, 담배, 유흥문화를 멀리하며 오로지 야구만 생각했다. 14년 전엔 반신반의했지만, 이제는 내게 재정적으로도 큰 도움을 주는 고객이다. 하지만 스캇 역시 내가 관리를 잘 해줘야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니 윈-윈 하는 셈”이라며 웃었다. 이어 “현재 스캇의 몸 상태는 메이저리그 전성기와 비슷하다”며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오키나와|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