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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로 실종 여성이 쓴 편지 잔잔한 감동

입력 | 2014-03-04 03:00:00

[동일본 대지진 3년]
10년간 보관했다가 보내주는… 박물관 편지배달 서비스 이용
실종 3년뒤인 올해초 부모에 도착




“이 편지가 닿을 때쯤이면 엄마, 아빠에게는 손자, 손녀가 있겠지?”, “그동안 은혜를 많이 입었으니 이젠 내가 엄마, 아빠를 보살필게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 지진해일(쓰나미)로 실종된 20대 여성이 보낸 편지가 3년 뒤 부모에게 도착했다. 본인이 직접 쓴 편지였다. 요미우리신문은 3일 이 사연을 소개했다.

이와테(巖手) 현 오쓰치(大槌) 정에서 태어난 오시노 지에(押野千惠·사고 당시 26세·여)는 2003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교토(京都)의 한 버스회사 가이드로 취직했다. 하지만 부친으로부터 “함께 살았으면 한다”는 연락을 받고 2004년부터 오쓰치로 옮겨 임시직으로 일했다.

그는 옮기기 직전 아이치(愛知) 현의 ‘메이지무라(明治村)’ 박물관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편지를 10년간 보관했다가 원하는 곳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를 이용해 부모님께 보내는 편지를 썼다. 그때 쓴 편지가 올해 1월 12일 오쓰치에 사는 부모에게 전달된 것이다.

자신이 쓰나미에 휩쓸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딸의 편지에는 취업을 위해 부모를 떠났던 날, 버스 가이드의 일상, 10년 뒤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한 다짐 등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오시노는 3년 전 대지진 때 쓰나미에 휩쓸려 실종됐다. 그의 부모는 쓰나미가 지나간 뒤 6개월 동안 딸을 찾지 못하자 결국 사망 신고를 했다.

오시노의 부친은 “같이 살고픈 마음에 교토에서 일하던 딸을 고향에 돌아오도록 부른 것을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이제 우리 딸이 하늘나라에서 웃을 수 있도록 열심히 살겠다”고 울먹였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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