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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은총재 후보자는… 김중수에 ‘각’ 세웠던 ‘골수 한은맨’

입력 | 2014-03-04 03:00:00

“비둘기나 매파 아닌 중도파” 중평… 금리정책 등 정부와 손발 맞출듯
개정법 따라 인사청문회 거쳐야




‘합리적 중도파.’ ‘뼛속까지 한은맨.’

3일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로 내정된 이주열 전 한은 부총재에 대해 시장과 전문가들은 대체로 무난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사국, 정책기획국 등 한은의 주요 보직을 거쳐 통화정책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데다 꼼꼼하지만 유연한 성품으로 소통 능력도 갖춘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특히 35년간 한은 생활로 조직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고 정부와 정책공조도 무리 없이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는 면도 강점이다.

○ 정부와 정책공조는 무리 없을 듯


이 후보자의 ‘튀지 않는’ 성격은 통화정책에 관한 그의 행적에서도 드러난다. 한은 부총재로서 당연직 금통위원일 때 그는 금리 인상이나 인하 어느 한쪽을 강조하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 후보자를 딱히 ‘비둘기파’(통화완화론자)나 ‘매파’로 분류하기보다는 ‘중도파’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한은의 한 실장급 간부는 “자기 의견을 내세우기보다는 합리적으로 맞춰가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이 후보자가 물가안정을 기치로 한 한은에서 오래 근무한 점을 들어 일각에서는 “굳이 따지자면 ‘매파’”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때문인지 이날 그의 후보자 내정 발표가 난 직후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라지며 채권금리가 급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김중수 총재처럼 금리 문제를 두고 정부와 심한 대립각을 세우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말 한 언론 기고문에서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정부를 신뢰하고 따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후보자는 내부적으로는 개혁 피로감에 지친 조직을 추스르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2년 부총재직을 퇴임하는 자리에서 “오랜 기간 힘들게 쌓아 온 한은의 평판이 외면되면서 적지 않은 사람이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며 김 총재의 개혁 드라이브를 정면으로 비판한 바 있다. 특히 그가 임기 막판에 김 총재를 찾아가 후배들을 대신해 설전을 벌였다는 일화도 있다. 다만 이번 인사가 서열 파괴, ‘철밥통’ 타파 등 ‘김중수호(號)’ 개혁의 긍정적인 면마저 되돌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 지방선거 앞둔 “강원 지역 안배” 분석도

한은 총재 자리를 민간 경제학자가 차지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내부 출신 인사가 중용되자 일각에서는 “다소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중국의 성장 둔화, 국내 경제의 내수·투자 부진 등 엄중한 대내외 경제 상황에 비해 이를 타개할 중앙은행 총재로서 무게감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후보자의 이력상 미국에 잠시 근무한 경험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국제금융 네트워크를 쌓을 기회가 없었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한은법 개정에 따라 한은 총재가 사상 처음으로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청와대로서는 가장 최적의 카드를 꺼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내부 출신으로서 외부 학자나 관료에 비해 ‘친정부 인사’라는 비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강원 출신이라는 점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권 차원에서 지역 안배를 할 수 있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는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한은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떻게 하면 한은에 요구되는 역할을 올바로 수행해 국가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을지 연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유재동 jarrett@donga.com·문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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