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
주요 부문 수상자들의 국적부터가 다양하다.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노예 12년’의 스티브 매퀸 감독은 영국 출신 흑인으로 네덜란드 거주자다. ‘그래비티’로 감독상을 받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멕시코 태생이다. 쿠아론 감독은 수상 소감을 발표할 때도 영어뿐만 아니라 스페인어로 가족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블루 재스민’의 케이트 블란쳇은 호주 출신. 그는 최근 성추행 논란을 겪고 있는 우디 앨런 감독에 대해 “놀라운 시나리오를 써줘 고맙다”며 “‘블루 재스민’을 통해 여성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깼으면 좋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HIV 바이러스(에이즈) 환자를 소재로 한 저예산 독립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이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 분장상까지 3개 부문에서 수상한 것도 이례적이다. 이 영화는 촬영 전 주요 제작사들로부터 137회나 거절당하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남우주연상을 받은 매슈 매코너헤이는 에이즈 환자 연기를 위해 20kg을 감량했고, 트랜스젠더 에이즈 환자로 나오는 남우조연상의 재러드 레토도 13kg을 빼고 눈썹을 포함해 몸 전체의 털을 깎았다. 레토는 “에이즈 환자와 에이즈로 사망한 모든 분과 함께 이 자리에 섰다”는 수상소감을 밝혔다.
‘노예 12년’의 작품상 수상을 비롯해 흑인 파워가 두드러진 것도 이번 행사의 특징이다. 여우조연상은 ‘아메리칸 허슬’의 제니퍼 로런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노예 12년’의 케냐 출신 흑인 신인 배우 루피타 니옹고가 받았다. ‘노예 12년’은 각색상도 받았다.
1963년 흑인 최초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시드니 포이티어가 감독상, 윌 스미스가 작품상의 발표자로 나선 것을 비롯해 새뮤얼 잭슨, 우피 골드버그, 제이미 폭스 등 인기 흑인 배우들이 대거 시상식 무대에 올랐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