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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고독死 ‘마지막 길’ 외롭지 않게…

입력 | 2014-03-04 03:00:00

전남 무연고자 사망 증가세… 신안군 작년 공영장례 23건
광주 서구 등 벤치마킹 나서 “현황 파악-지침 마련 급선무”




가족 친지도 없이 쓸쓸한 죽음을 맞는 무연고자(無緣故者)가 늘고 있다. 전남에서 치러진 무연고자 장례는 2010년 23명, 2012년 16명,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25명이다. 무연고자 장례가 늘어나는 것은 가정해체와 경제적 빈곤 때문으로 추정된다. 기초생활수급자들도 돈 때문에 제대로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고독사가 늘고 있는 가운데 자치단체와 주민이 함께 나서 무연고자나 기초수급자의 마지막 길을 챙겨주는 공영장례 지원제도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 섬에서 태어난 공영장례 지원

전남 신안군은 2007년 3월 공영장례 지원조례를 처음 제정했다. 장례를 치르기 힘든 무연고자나 기초수급자가 숨질 경우 자치단체가 장례비 150만 원을 지원하고 주민들도 장례절차에 참여하는 제도다.

신안에서 공영장례 지원이 처음 시행된 것은 섬(1004개)으로만 이뤄진 지역적 특색 때문이다. 신안 지역 유인도 74개 가운데 14개의 큰 섬에도 장례식장이 없어 목포나 무안에서 장례를 치른다. 비용이 육지보다 더 들어가기 때문에 무연고자나 기초수급자들의 장례는 치르기가 더 어려운 실정이다.

신안군이 지난해 지원한 공영장례는 총 23건. 지난해 11월 18일 신안군 도초면에 홀로 살던 장애인 A 씨(62)의 장례를 지역사회가 함께 치렀고 군은 150만 원을 지원했다. 도초면 사회복지사 김성경 씨(32)는 “장례비용이 없는 상황에서 숨을 거둔 빈곤층에게 공영장례 지원제도는 마지막 길이라도 편안하게 보내 드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년간 신안에서 150명 이상이 이 제도의 도움으로 마지막 길을 그나마 덜 쓸쓸하게 갈 수 있었다.

○ 고독사 증가세 도시로도 확산

이 제도는 급증하는 고독사 증가 세태를 맞아 전국 자치단체에서 벤치마킹하고 있다. 광주 서구는 1월부터 공영장례 지원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그동안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하면 곧바로 화장했지만 조례에 따라 주민들이 참여하는 장례추진위에서 장례절차 전반을 지원한다. 주민들이 상복을 입고 이웃의 조문을 받는 등 상주 역할을 맡는다.

윤종성 서구 주거생활복지팀장은 “홀몸노인들 가운데 매달 지원되는 기초수급비 20만∼30만 원 중 일부를 장례비용으로 모으는 경우가 많다”며 “‘죽고 나서도 주변에 신세를 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노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홀몸노인들의 불안을 달래주고 돈 때문에 부모 장례마저 거부하는 기초수급자 가족들의 사연이 제도 추진의 이유가 됐다.

1월 전남 나주에서 아버지의 폭력으로 숨진 갓난아이의 장례도 사후 15일 만에 치러졌다. 장례비용이 300만 원가량 나왔지만 정부의 긴급복지비 지원은 75만 원밖에 되지 않아 결국 사회복지단체와 주민 후원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대부분 자치단체는 고독사 장례에 50만∼100만 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례비용을 더 현실화하고 주민들이 장례식을 함께 챙기는 공영장례 지원제도 확산이 필요하지만 관련 제도는 아직 허술하다. 영광군의 한 사회복지사는 “정확한 지침이 없어 3∼4년 전 한 직원이 무연고자 시체 보관료 수백만 원을 개인 돈으로 지불한 적도 있다”며 “늘어나는 고독사에 대한 현황 파악이나 지침이 마련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