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딸기 수출의 수훈갑 진주 딸기의 성공 스토리
“‘매향’이라는 한국 품종입니더. 수출용으로만 키워 국내선 몬 묵어 봤을 깁니더.”
하동호 한국수출딸기생산자연합회장이 건넨 매향 딸기는 평소 먹던 딸기에 비해 작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 입 베어 물자 ‘아삭’하고 씹혔다. 맛도 달았다.
4일 경남 진주시 수곡면 딸기 재배 비닐하우스에서 이 지역농민들이 수출용 ‘매향’ 품종 딸기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이상학 김재술 하동호(한국수출딸기생산자연합회장) 한경훈 한정갑 씨. 진주시 제공
농가들은 토종 품종에 눈을 돌렸다. 딸기가 크고 재배가 쉬운 토종 품종 ‘설향’은 국내 시장에선 일본 품종을 따돌릴 정도로 인기였지만 무르는 정도는 마찬가지였다. 반면에 또 다른 토종 품종인 매향은 과육이 단단하고 신선도가 오래가 수출용으로 ‘딱’이었다. 당도도 더 높았다. 하지만 병충해를 잘 입고 냉해에 약해 생산량이 너무 적었다. 이런 이유로 설향보다 먼저 개발됐지만 아무도 안 기르던 품종이었다.
바로 ‘매향 생산량 늘리기’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매향 생산자들은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전문기관 교육도 여러 차례 받았다. 난방 기술, 농약 살포 시기 등의 노하우를 쌓아갔다. 진주시는 시설 현대화 자금을 지원했다. 이 같은 노력 끝에 다른 품종 못지않은 생산량을 확보했다.
매향은 2010년부터 동남아 지역에 수출을 시작했다.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뉴질랜드산 미국산 딸기 등이 있었지만 맛과 향, 식감에서 한국산이 월등했다. 홍콩에서는 딸기 9개 남짓 들어가는 한 팩(250g)에 1만2000원 정도에 팔릴 정도로 고가지만 소비자가 몰렸다.
진주 딸기 농가는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 딸기를 뉴질랜드의 키위 브랜드 ‘제스프리’처럼 브랜드화해 세계적인 상품으로 키워내겠다는 것이다. 하 회장은 “한국산 딸기의 품질을 유지시키고 물류비를 낮추는 것이 관건”이라며 “현재 브랜드 이름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주=류원식 기자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