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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다잡은 우승 빼앗긴 그날의 수모, 어찌 잊으랴!

입력 | 2014-03-05 07:00:00

울산은 작년 시즌 최종전에서 포항에 당한 뼈아픈 패배를 올 시즌 반드시 갚아주겠다는 각오다. 두 팀은 8일 공식 개막전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3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나란히 앉은 포항 황선홍(왼쪽), 울산 조민국 감독.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 K리그 개막 D-3…너만은 넘는다!

3. 울산, 포항에 설욕 다짐

작년 12월1일 울산 4분 못버티고 안방 굴욕
조민국 신임 감독 새로운 팀 색깔 정착 성공
포항 황선홍 감독은 전술 변화로 조직력 개선


망연자실(茫然自失).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갔다. 울산 현대는 작년 12월1일을 잊지 못한다. 포항 스틸러스와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38라운드 홈경기. 비기기만 해도 자력 우승이 확정된다. 공격의 주축 김신욱과 하피냐가 나란히 경고누적으로 결장하며 ‘창’은 예전보다 무뎌졌지만, 울산의 강력한 방패는 문제없었다. 90분 동안 실점 없이 맞섰다. 이대로라면 승점2 차로 포항을 따돌리고 정규리그 우승이 확정된다. 하지만 추가시간 4분을 버티지 못했다. 포항 수비수 김원일이 문전 혼전에서 결승골을 넣었다. 울산 골키퍼 김승규는 넋을 잃고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모든 상황은 종료됐다. 희극과 비극의 주인공은 이렇게 갈렸다. 포항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어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반면 울산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고개를 떨궜다. 울산 선수들도, 팬도 울었다. 그렇게 한 시즌이 끝났다.

● 창고로 직행한 우승 기념품

울산은 작년 시즌 우승에 가장 가까운 팀이었다. 포항과 줄곧 승점차를 5로 유지하며 정상 문턱까지 향했다. 구단 프런트도 우승을 염원했다. 그럴 만 했다. 울산은 K리그에서 정규리그 2차례 우승을 차지했는데, 마지막 우승이 2005시즌이었다.

모처럼 찾아온 우승의 기회. 더욱이 최종전은 안방에서 열렸다. 이상적인 우승 세리머니를 염두에 뒀다. 프런트는 최종전 보름 전부터 눈 코 뜰 새 없었다. 우승 축하연과 세리머니를 준비하느라 일을 붙잡고 살았다. 즐거움이 컸다. 우승기념 모자와 티셔츠 등을 제작했고, 시상식 동선과 세리머니를 점검했다.

대략적인 일정은 다음과 같다. 시상식에서 우승 메달을 걸고, 서포터 석으로 향한다. 팬들과 함께 우승 세리머니를 한다. 선수들은 각자 소감을 전하고 진한 감동을 나눈다. 구단은 세리머니 동안 틀 영상도 신경 썼다. 9년 만에 찾아온 우승의 기회를 팬들과 즐기고 싶었다. 이후 현대중공업에서 마련한 축하연에 참석해 기쁨을 나누기로 돼 있었다. 쏟아지는 언론 인터뷰와 기념행사 등을 찾아다녀야 한다.

하지만 우승의 기회는 물거품이 됐다. 2011년에 이어 또 다시 준우승에 그쳤다. 애써 준비한 이벤트가 산산조각 났다. 축하연을 향해 떠나는 포항 선수단과 팬들이 야속했다. 김호곤 감독이 사퇴하는 등 충격의 여진은 가시지 않았다. 우승 기념품이 다시 한번 창고에 쌓였다.

● 울산의 설욕이 가능할까

포항과 울산은 올 시즌 우승후보 중 한 팀이다. 4차례 예고된 K리그 클래식 맞대결에서 기선을 제압해야한다. 우승에 한발 더 다가서는 지름길이다.

새 시즌을 맞아 저마다 축구색깔에 변화를 줬다. 포항 황선홍 감독은 수성을 자신한다. 작년 상대전적에서 울산에 1승1무2패로 열세였지만 극적 뒤집기에 성공했다. 전력보강은 없었다. 겨울이적시장에서 매서운 한파를 경험하며 ‘베테랑’ 노병준과 박성호, 황진성을 놓쳤다. 공격진의 무게가 작년보다 헐거워졌다. 대신 젊은 선수들의 뜨거운 패기와 열정으로 메운다. 공격형 미드필더 김승대, 문창진 등이 성장했고, 신인 이광혁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술적인 변화도 눈에 띈다. 황 감독은 작년까지 4-2-3-1 전술을 썼다. 최전방 공격수를 두고 미드필드부터 짧은 패스축구를 구사했다. 제로(0) 톱 전술을 변칙적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올해는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제로 톱을 주 전술로 활용할 방침이다. 2월말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세레소 오사카와 1차전에서 증명됐다. 김승대와 이명주가 번갈아가며 최전방에 섰다. 미드필드에서 수적 우위를 앞세운 제로 톱 전술이었다. 탄탄한 수비진과 미드필더가 뒤를 받친다. 미드필더 김재성과 수비수 김형일이 잔류하면서 조직력은 작년보다 나아졌다.

포항에 설욕하겠다고 단단히 벼르는 울산은 조민국 체제로 새롭게 출범했다. 대어급 영입은 없었지만 알찬 자원들을 두루 데리고 왔다. 최태욱, 백지훈, 김선민, 알미르, 정동호, 이명재, 김민균 등이 눈에 띈다. 기존 선수들을 온전히 지켜내면서 전력이 한층 강화됐다. 선수층이 두꺼워지면서 전술 활용폭이 넓어졌다.

울산은 작년 김신욱을 활용한 롱 볼 위주의 약속된 플레이로 크게 재미를 봤다. 작년 리그 최다득점(63골)과 최소실점(37실점)이 이를 증명한다. 조 감독은 기존의 틀을 유지하되 패스축구를 입히고 있다. 챔스리그 웨스턴시드니 원정에서 가능성을 엿봤다. 왼쪽과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나선 김선민과 고창현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들은 조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색깔을 보여줬다. 탁월한 패싱력과 개인기로 미드필드에서 세밀한 플레이를 만들었다. 조 감독은 이미 이들에게 강한 신뢰를 보냈고, 올 시즌 중용이 예상된다. 뛰어난 스피드를 갖춘 까이끼와 알미르, 최태욱이 들어가면 경기력은 또 달라질 수 있다. 울산의 공격축구가 더욱 기대되는 까닭이다.

8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두 팀이 맞붙는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울산은 그리스 평가전에 합류한 대표팀 3총사(김신욱, 이용, 김승규)의 출전이 불투명하다. 하지만 새 전술과 강한 정신력으로 맞선다는 계획이다. 울산 선수들은 작년의 아픔을 되새긴다. 이젠 설욕이다. 과연 울산의 설욕은 가능할까.

박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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