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춘선 복선전철 가평역 인근에 조성 중인 한 전원주택단지 현장. 박인호 씨 제공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그렇다면 돈이 되는 전원 명당의 조건들은 무엇일까.
제1의 조건은 ‘길(교통·접근성)’이다. 풍수에서 ‘길은 곧 돈’으로 해석한다. 토지 투자의 ABC 역시 ‘도로 옆 땅에 돈을 묻어두라’는 것이다. 청정한 환경을 갖추고 잘 깔린 교통망을 기반으로 편리한 전원생활이 가능한 땅은 그 자체로 값이 뛴다. 서울(수도권) 접근성이 좋은 고속도로 나들목과 복선전철역 일대가 그렇다.
고속도로 나들목 인근 관심지역으로는 서울∼양양 고속도로 구간 중 2단계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홍천군 내촌나들목(내촌·서석면), 인제군 인제나들목(상남면), 양양군 양양나들목(서면) 일대를 들 수 있다. 이미 개통된 양평군 서종면 서종나들목 일대와 가평군 설악면 설악나들목 일대는 서울 접근성이 좋아 인기가 높다.
미래가치를 품은 돈 되는 땅을 얻고자 한다면 무엇보다도 넓게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다시 말하면 ‘나무(개별 땅)’보다는 ‘숲(지역)’을 먼저 봐야 한다. 개별 땅값을 높여주는 지역의 가치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빼어난 자연환경과 교통망에 더해 전통과 역사, 문화, 교육, 생활, 관광 등 ‘농촌 어메니티(amenity·쾌적함을 뜻함)’가 풍부한 곳이어야 한다.
물론 지역가치에 더해 개별 땅의 잠재가치 또한 높은 곳이라면 금상첨화다. 한 사례를 보자. 홍천군 내면에 살고 있는 K 씨(54)의 집과 대지는 1320m²(약 400평)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가 실제로 사용하는 면적은 그 열배쯤 된다. K 씨의 집과 대지는 국유림과 국유하천에 둘러싸여 있는데, 그는 이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야생정원, 텃밭, 산책로 등으로 이용하고 있다. K 씨는 “비싼 돈을 들여 조경하지 않아도 사시사철 소나무 숲에 둘러싸여 삼림욕을 즐긴다”며 “도시의 재벌 저택이 하나도 부럽지 않다”고 자랑한다. K 씨가 소유한 땅의 가치는 단순한 등기부상 면적이 아니라 덤으로 사용하는 국유지 프리미엄이 더해진 가격이 될 것이다.
그럼, 돈 버는 전원 명당이란 어떤 입지일까. 이는 해당 지역 자체가 ‘잘사는 마을’의 비전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사실 귀농이든, 귀촌이든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돈’이다. 시골에 내려가더라도 먹고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수입은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돈 버는 마을은 대개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각종 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선도마을이다.
개별적인 현대판 전원 명당 중 상당수는 ‘성형 명당’이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얼핏 볼품없는 땅, 쓸모없는 땅이 토목기술에 의해 일약 성형미인 땅으로 탈바꿈한다. 그러니 애초 좀 모자란 듯 보이는 땅이라도 성형공사를 통해 전원 명당으로 거듭날 수 있는지를 꿰뚫어 보는 눈이 필요하다.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