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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고미석]서울대 성악과의 ‘막장 오페라’

입력 | 2014-03-05 03:00:00


2010년 서울대 성악과 학과장 김 모 교수가 제자들을 상습 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SBS 예능프로그램 ‘스타킹’에 출연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성악가였다. 학생의 증언에 따르면 연주회에서 박수 소리가 작았다거나 할당받은 표를 다 팔지 못했다는 이유로 폭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그의 시어머니 팔순 잔치에 제자들이 축가를 부르는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퍼졌다. 서울대는 그에게 파면 처분을 내렸다. 그는 소송으로 맞섰으나 작년 말 서울행정법원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대 성악과 교수들의 행태가 다시 구설에 올랐다. 교수 채용을 놓고 불거진 교수진의 극심한 갈등과 다툼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전임 교수 정원은 8명으로 현재 4명이 비어 있는 상태다. 빨리 후임 교수를 뽑아야 하지만 최종 후보에 오른 신모 씨를 놓고 교수들이 두 편으로 나뉘어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 교수는 공채 기밀서류에 속하는 채점지를 연구실로 가져갔고, 신임교수 임용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낸 대학원생은 협박전화를 받았다. 학과장 교수마저 퇴임하면서 국악과 교수가 임시 학과장을 맡는 초유의 사태로 번졌다.

▷파벌 싸움과 교수 채용 논란은 한국 대학의 고질병이다. 음대와 미대 등 실기시험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고 도제식 교육이 이뤄지는 예술계 대학의 경우 더 치열한 암투가 벌어진다. 같은 학과 내에 자기 사람을 한 명이라도 늘려야 발언권이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밥그릇 싸움이지만 견제할 사람이 별로 없다.

▷우리나라 최고의 지성이 모인 학문의 전당, 그것도 심미적 감성을 가르쳐야 할 성악과 교수들이 보여준 불협화음은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오죽하면 서울대 내부에서 ‘성악과 폐지론’이 나올까. 이번 분란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준을 벗어났다. 그럼에도 학교 당국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뒷짐을 지고 있다. 교수들의 막장 드라마, 아니 막장 오페라의 막을 이제 그만 내려야 한다. 어려운 관문을 뚫고 들어온 학생들 보기가 부끄럽지도 않은가.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